새해를 맞아 북한이 발표한 공동사설에서 특히 눈에 띄는 내용은 없다. 지난해처럼 선군정치의 깃발 아래 국방력 강화와 농업생산증대, 경제 현대화, 내부 단결, 민족공조 등을 강조하는 흐름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강성대국 건설과 우리식 사회주의를 외치는 것도 여전하다.
북한의 활로가 변화와 개혁ㆍ개방이라고 보는 우리 입장에서 이 같은 공동사설 내용은 실망스럽다. 북한은 여전히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폐쇄적인 사회주의 체제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설은 지난해 농업생산 증대를 높이 평가했지만 이것도 남한의 비료 등 외부 지원에 크게 힘 입은 것이다. 북한이 외부 세계의 자본과 기술 지원 없이 자체 힘만으로 경제난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북한이 사설에서 핵 문제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자세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해 나가겠다는 뜻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지난해 6자회담 과정에서 잘 드러났지만 국제사회의 북핵 불용 입장은 단호하다.
북한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오판해서는 안 된다. 다만 사설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한 것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의 여지를 의식한 것이라면 다행이다.
북한은 이번 사설에서 지난해 남북관계를 평가하고 민족공조를 강조했다. 이 부분은 올해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미국과의 갈등 고조에서 오는 부담을 민족공조를 통해 덜어보려고 한다면 오산이다.
북미관계와 무관하게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는 우리 정부도 큰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 문제 해결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으면 민족공조도 빛을 잃게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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