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중국에서는 배우 장동건이 주연하고 중국의 명감독 첸카이거가 만든 영화 ‘무극’이 선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개봉 첫날 35억원(2,111만 위안)의 수익을 올리며 최고흥행 기록을 수립한 이 영화로 중국에서는 요즘 장동건 붐이 뜨겁다.
지난해초 국내 공연을 시작으로 10월말까지 일본, 대만, 홍콩, 중국을 거치며 아시아 순회 공연에 나선 가수 비는, 매 공연마다 매진기록을 세우며 7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비의 무대는 더 이상 한국이 아니다. 드라마 ‘대장금’은 일본 중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한국 음식 바람이라는 후폭풍을 낳고 있다.
아시아가 한국 문화에 눈뜨고 있다. 역사 문제로 반목하고 있는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겨울연가’와 ‘대장금’에는 똑같이 마음을 열고 있는, 놀라운 광경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류(韓流) 물결이 아시아 각국으로 계속 번져나가고, 드라마 음악 게임 같은 대중문화에서 음식 패션 같은 라이프스타일로 그 대상이 확대되면서 한국이 아시아 퓨전문화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이 중심이 되어 일본, 중국 자본과 인력이 참여하는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 잇따르고, 가수 박진영이 대표로 있는 연예제작사 JYP는 태국 필리핀 중국 등에서 유망 신인을 발탁해 보아와 같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가수로 키우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류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대중문화 일변도의 한류는 젊은이와 여성등 제한된 계층에서만 수용되는 일시적 유행에 그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에 대한 각국의 경계심도 높아져 중국 정부는 한국 드라마 수입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견제에 나섰고, 일본에서는 혐한류(嫌韓流)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한류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문화현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 대안으로 한류를 넘어 한국을 아시아 문화허브 키워나가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일방적으로 우리의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는 한류가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문화를 수용하고 흡수하여 아시아인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아시아 문화의 중심, 문화적 용광로가 되자는 것이다.
아시아적 가치를 새롭게 재해석한 문화 콘텐츠가 샘솟는 곳, ‘빨리, 빨리’의 다이내믹한 삶의 속도가 디지털과 IT와 만나 펼쳐지는 신나고 즐거운 세계. 아시아를 알고 느끼고 만나기 위해서 반드시 한 번은 거쳐가야 할 아시아 관광의 중심지.
아시아인들이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아시아적 가치가 살아 숨쉬고 한국의 제품은 환상적이고 고급스러운 첨단 제품의 대명사로 통하는 21세기 블루오션의 나라. 이것이 병술년 새해 첫날 한국이 꿈꾸는 아시아 문화허브의 미래상이다.
베이징, 방콕=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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