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가 사퇴한 경찰은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청와대가 우릴 버렸으니 이젠 우리가 버릴 차례”라는 강경한 발언도 나왔지만 “초반 대응이 미숙했고 경찰청장이 말 실수까지 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반성론도 떠돌았다.
경찰의 분위기는 3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내년 2월로 미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근속승진 확대 등 경찰의 60년 숙원사업이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특유의 입담과 자신감으로 검찰과의 싸움에서 경찰 입장을 제대로 대변해 일선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게 사실이다. 한 경찰관은 “후임 경찰청장이 그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허 청장이 사임의 변에 밝힌 대로 “정당한 공권력 행사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태에 대한 책임”이 경찰에게만 집중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한 경찰 간부는 “이제 누가 옷 벗을 각오까지 하고 시위대를 진압하려 들겠느냐”고 불평했다.
계속 미뤄지고 있는 인사에 대한 불만도 많다. 당초 이 달로 잡혀 있던 경찰 정기인사는 농민 전용철 홍덕표씨 사망 사건의 여파로 연기됐고, 후임 청장이 결정되려면 인사청문회까지 거쳐야 하는 등 수 주일이 걸려 기약조차 할 수 없게 됐다.
후임 경찰청장의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보군인 치안정감은 최광식(56) 경찰청 차장, 강영규(57) 경찰대학장, 이택순(53) 경기경찰청장 등 3명이지만 최 차장과 이 경기청장의 양파전이 될 것이라는 게 경찰 안팎의 중론이다.
전남 고흥 출신인 최 차장은 수사와 기획분야를 두루 거친데다 허 청장이 서울경찰청장 시절부터 차장을 맡았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 등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어 업무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김대중 정부 때 ‘옷로비 사건’ 당시 사직동팀 팀장을 맡은 전력이 단점으로 꼽힌다.
서울 출신인 이 경기청장은 행시 18회로 이해찬 국무총리의 고교(용산고) 대학(서울대) 후배인데다 농민사망 사건 지휘계통에서 떨어져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
하지만 강 경찰대학장도 이번 사태가 경비문제로 촉발된 만큼 ‘경비통’이란 이력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치안총감인 이승재(52) 해양경찰청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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