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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중·고교생 예절교육 - 국제매너센터 학교 대상 무료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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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중·고교생 예절교육 - 국제매너센터 학교 대상 무료 출강

입력
2005.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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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항공사 승무원 예절 교육장이 아니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덕성여중(교장 이용원) 2학년 1반 3교시. 14살 된 여학생들이 교복 매무새를 가다듬고 치아를 훤히 내보이며 표정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어색하기만 하던 미소가 자연스럽게 바뀌는 순간, 여중생들은 신기하다는 듯 웃는다.

기업체를 중심으로 매너 교육 출강을 주로 해 오던 국제매너센터(대표 서정후). 2년째 중ㆍ고등 학교까지 교육 범위를 넓혀 오고 있다. 학부모의 요청을 받고 지난 8~9일 3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두 차례 시범 강의를 치룬 덕성여중의 경우, 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응 때문에 교육 대상을 1, 2학년까지 확대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예절 교육은 자리를 잡았으나, 이제 청소년을 상대로 한 예절 교육이 참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심화되는 핵가족 추세에다 맞벌이 부모를 둔 아이들이 늘어, 예전보다 가정 교육을 받을 시간이 현실적으로 줄어드는 현실속에서 이 같은 프로젝트에는 자연스레 눈이 간다.

“주변에 버려진 휴지 좀 줍자고 하면 대뜸 ‘제가 버린 것 아닌데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죠. 급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설 때 먼저 잽싸게 뛰어가 서 버리는 얌체 같은 행동을 하고서도 그게 잘못된 행동인지 잘 모르고요.” 김길용(42ㆍ생활지도부장) 교사의 걱정은 여전하다.

기본적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하는 게 바로 그 같은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지론이다. 기본 매너를 짚어 주고 각 나라별 특징적인 문화나 호텔 등 특정장소 예절까지 가르쳐 주는 매너 교육이 김 교사가 제시하는 답이다.

“‘야, 이 계집애야. 추운데 멋 내다가 얼어죽겠다’. 여러분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지요?”

학생들은 손뼉을 치며 공감한다. 그 말 한 마디에 누구랄 것도 없이 짜증부터 치밀어 오른다는 반응. “그렇다고 그 다음에 내복을 껴입고 다니지도 않는데 똑 같은 말을 왜 그렇게 하시는 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의 불만이다.

“또 있잖아요. 오랫만에 청소 좀 해보려고 마음 먹었는 데 ‘야, 너는 네 방 청소는 좀 하고 살아라. 방은 거의 돼지 우리네’라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시작되면 어때요? 그냥 바로 하기 싫어지지요?” 이영란(26) 강사의 대화법 강의는 이렇게 시작된다.

말 한마디로 상대의 기분을 일순에 상하게 하거나 김빠지게 하는 것은 아무리 부모 자식간이라도 올바른 대화법이 아니라는 설명. 생활 속에서 경험한 일 들이기 때문일까.

학생들에게는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뇌리에 콕콕 박힌다. “말은 보여지는 것 외에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죠. 말 한마디에 가치관과 배움, 가정 교육의 정도가 그대로 나타나지요.” 그는 대화를 통한 인간 관계의 회복을 말하고 있었다. “말하는 것만큼이나 경청법도 중요해요. 진심으로 그 사람 입장에서 공감하며 맞장구를 쳐주는 게 매너 있는 행동 아닐까요?”

들으면 다들 알고 있는 뻔한 내용 같지만 실생활에서 실수하기 쉬운 것들이 어디 한두 가지일까. 이 강의의 강점은 실습도 함께 이뤄진다는 사실. 강의 진행 후 아이들의 인사성이 급격히 좋아졌다는 게 이 학교 교사들의 평가다.

“호텔이나 항공사 등지에서 사회 생활을 한 강사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며 조목조목 예의를 가르치니까 일단 아이들이 관심이 많아요. 사소한 것에도 귀를 기울이고 어른들에게 인사성이 눈에 띄게 밝아진 것은 가장 큰 변화지요.” 김경성(28ㆍ도덕)교사는 단기간에 기대 이상의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고 했다.

배우는 아이들도 이 시간 만큼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45분이 눈 깜짝 할 사이에 훌쩍 지나간다. 김민선(14)양이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저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큰 소리로 전화를 받거나 친구들과 얘기 나누기 일쑤였어요. 그게 주변 사람에게 방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거든요. 이제는 공공 장소에서는 늘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눠요.”

이용원 교장은 “개인의 몇 가지 좋은 습관이 자신은 물론 상대방, 집단까지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면 그게 곧 큰 보물”이라고말했다. 예절 교육의 효과를 체감한 이 학교는 내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모두 8 코스의 프로그램으로 본격화해 나갈 계획이다. 45분 동안 대화, 공공 예절, 아름다운 자세, 동서양의 예절 등 자칫 소홀히 하기 쉬운 예법을 몸에 익힌다.

국제매너센터는 원하는 중ㆍ고등 학교에 직접 방문, 이 같은 매너 교육을 무료로 실시해 오고 있다. (02)733-3040

조윤정기자 yjcho@hk.co.kr조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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