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전용철 홍덕표씨 사망 사건으로 사퇴 압력을 받아온 허준영 경찰청장이 29일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27일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지 이틀 만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키로 했다.
허 청장은 이날 ‘사퇴의 변’을 통해 “예산안 처리 등 연말까지 잡혀 있는 급박한 정치현안을 고려, 평소 국가경영에 동참하는 치안을 주창했던 저로서는 통치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허 청장은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불상사로 농민 두 분이 돌아가신 데 대해서는 비통할 따름”이라면서도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청장이 물러날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오 장관을 통해 허 청장의 사표가 제출되면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청와대 부속실을 통해 허 청장의 사표제출 사실을 보고 받았으나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는 허 청장의 거취 문제는 본인의 판단에 맡긴다는 뜻을 밝혔다”며 “청와대가 허 청장의 사표 제출에 앞서 경찰에 별도로 의견을 전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고 전용철ㆍ홍덕표 농민 사망 범국민대책위원회’는 “허 청장의 사퇴는 많이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그러나 시위현장 책임자 구속과 서울경찰청 기동단 해체, 농업의 회생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 등 나머지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경찰청사 앞 농성을 풀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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