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3년여간 추진해왔던 증권회사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종합금융그룹’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됐다. ‘은행-증권-보험-카드’이 주요 축이 되고‘투신-선물-자산관리’를 보조 축으로 하는 종합금융그룹의 대열이 어느 정도 완성된 것이다.
농협은 2008년까지 추가로 캐피털, 부동산신탁 자회사를 설립해 완벽하게 종합금융그룹으로 변모한다는 계획이지만 자회사간 유기적 통합 과정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고, 종합금융그룹화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아 앞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교두보 마련
농협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세종캐피탈이 보유한 세종증권 지분 47.6%(1,160만주)를 주당 8,910원(총1,039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농협은 이 달 중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다음달 정밀실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본계약을 완료해 이르면 내년 6월께 정식 자회사로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농협측은 “증권자회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경영 독립성을 보장하고 농협과의 사업 시너지효과 극대화에 노력할 것”이라며 “인수 후 5년 내에 국내 5대 증권사로 육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농협은 이미 지난 8월 기자회견을 통해 2008년까지 종합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06~2007년 사이에는 해외지점을 개설하고, 2008년에는 부동산신탁회사, 캐피털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해 종합금융그룹이 완성된다.
특히 현재 시장에서는 막대한 여유자금을 가진 농협이 LG카드,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농협은 금융에서 절대 강자로 등극하게 된다. 현재 농협은 자산규모 141조로 국민은행에 이어 업계 2위이다. 공제 부문의 보험료수입도 5조7,000억원(지난해)으로 업계 4위, 신용카드 시장에서도 농협카드는 7.88%를 점유해 업계 5위 수준이다.
◆성공여부
증권회사 인수가 농협의 종합금융그룹 성공으로 이어질까. 업계에서는 아직 부정적 의견이 상당하다.
우선, 농협이 증권사 인수에 매달린 이유는 대형화ㆍ겸업화되고 있는 현 금융시장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다. 141조에 달하는 자산 운용에 있어, 증권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농협의 ‘금융 노하우’를 지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연구소장은 “종합금융그룹은 특성상 자회사의 자율성과 모회사의 통제력이 미묘한 균형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하면 백화점식 사업 진열에 그치고 돈만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근본적인 문제는 특수은행인 농협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이다.
“농민들이 수입쌀 시판과 DDA 협상 등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적 특혜금융으로 성장한 기관으로서 본업인 경제사업(농축산물 유통판매 및 지원)에 주력해야 하는 마당에 금융사업 확대에 힘을 쏟는 게 올바른 방향이냐”는 것이다. 때문에 종합금융그룹으로 변모뿐 아니라 농촌 지원 및 공익사업에서도 성공해야 하는 과제가 농협에게는 남아 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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