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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 마을 촌장님께 드리는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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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 마을 촌장님께 드리는 절

입력
2005.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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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강원도 위촌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촌장제’를 전승해오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에서 가장 나이 드신 어른을 촌장님으로 추대한다.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온 마을 사람들이 우리 마을의 상징처럼 촌장님을 떠받든다.

어느 집 할아버지가 촌장이 되면 자식과 손자들에게 그보다 더 큰 영예와 자랑이 없다. 매년 설날 다음날, 온 마을 사람들이 촌장님 댁으로 가 촌장님께 합동세배를 드린다.

그 격식이 궁궐의 한 의식처럼 자못 엄숙하고 장중하다. 합동세배가 끝나고 나면 마을잔치처럼 음식을 나누고, 남자들은 마당에서 윷놀이를 하고 여자들은 안방에서 조선시대의 승경도놀이와도 비슷한 생율놀이를 한다.

어른들은 합동세배 의식을 도배(都拜)라고 불렀다. 그냥 생긴 전통이 아니다. 이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400년간 이어져 내려온 마을 대동계를 바탕으로 하여 전승된 문화유산이다.

그런 우리 마을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갈 ‘위촌리 전통문화전승관’이 어제 새로 문을 열고 개관식을 가졌다. 나도 당연히 내려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먼 곳에서 동쪽 고향마을을 향해 촌장님께 망배(望拜)를 올린다. 촌장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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