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가 김선종 박종혁 연구원에게 총 4만 달러(약 4,000만원)라는 적지 않은 돈을 준 것이 밝혀지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교수측은 순수하게 김 연구원을 도운 것이라고 밝혔으나, 돈의 규모나 전달 시점 등으로 볼 때 김 연구원을 회유하거나 모종의 거래를 시도한 게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황 교수는 김 연구원에게 11월 15일과 12월 2일 두 차례 나눠 3만 달러를 전달했다.
1차로 2만 달러를 전달한 윤현수 한양대 의대 교수는 "11월 12일 미국 피츠버그대 박종혁 연구원으로부터 김 연구원이 심한 스트레스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황 교수에게 알렸더니 치료비로 주라며 경호원을 통해 2만 달러를 보내와 미국 출장 길에 들러 전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연구원은 10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논문의 사진조작 사실을 털어놓은 뒤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1만 달러는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가 전달했다. 12월 2일 YTN 기자와 함께 미국에 간 안 교수는 황 교수로부터 3만 달러를 받아 윤 교수, YTN기자와 각각 1만 달러씩 나눠 갖고 출국해 김 연구원에게 1만 달러를 추가로 전달했다.
동행한 YTN 기자는 "안 교수가 세계줄기세포허브 운영자금이라며 운반을 부탁해 돈 봉투를 받아 시카고 공항에 내린 직후 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김 연구원과 인터뷰를 마친 뒤 옆 방에 있던 윤, 안 교수가 합류해 피자를 먹으며 1시간 가량 얘기를 나눴다"며 "이 때 안 교수가 김 연구원 아버지에게 뭔가 건네면서 '귀국비용으로 쓰시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MBC에 따르면 안 교수는 김 연구원에게 주고 남은 2만 달러 중 1만 달러는 박 연구원에게 전달했다. 1만 달러는 출장비용으로 썼으며 남은 돈은 황 교수에게 돌려줬다.
황 교수측은 당시 김 연구원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뿐 아니라, 8월 미국으로 간 뒤 10월까지 피츠버그대에서 월급을 받지 못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또 피츠버그대 섀튼 교수가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 직후여서 더 이상 미국에 머물러 있기 어려워 귀국 비용도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3만 달러는 치료비나 귀국비용으로 보기에는 너무 큰 액수인데다, 박 연구원에게도 1만 달러를 준 가 주어진 것으로 드러나 이 돈이 연구원들 회유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박 연구원은 YTN 인터뷰에서 "PD수첩이 '황우석 교수를 죽이러 왔다'고 했다"며 강압 취재 사실을 밝혀 황 교수 사태에 반전을 일으켰다.
또 김 연구원은 16일 한국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가 빨리 귀국해 줄기세포 만드는 것을 도와달라, 그렇지 않으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황 교수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해가면서까지 돈을 몰래 가져나간 것은 돈을 전달한 목적은 물론, 출처까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1차로 2만 달러를 전달한 윤 교수는 "황 교수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 책임지겠다고 해서 세관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에서 이 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변호사는 "황 교수가 돈을 줬고 두 교수는 황 교수의 부탁을 받고 전달한 것이므로 외화밀반출에 대한 법적 책임은 황 교수가 져야 한다"며 "또 황 교수 개인 돈이 아니라 연구비 등 공금에서 지출됐다면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에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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