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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쇼크, 진실에서 희망을 찾다/ (하) 과학계, 잃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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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쇼크, 진실에서 희망을 찾다/ (하) 과학계, 잃을 것은 없다

입력
2005.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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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사태는 국익론과 음모론으로 점철돼 있다. 미국에 있는 연구원들이 영주권을 신청하면 기술유출이고, 섀튼 교수는 기술적으로 얻을 것을 다 얻었기 때문에 결별했으며, PD수첩이 파문을 일으켜 줄기세포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식이다. 여론에는 낭설이, 언론에는 오보가 많았다.

이와 다른 국익 논쟁이 있었다. 5일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작된 논문 사진이 공개된 직후다. 이를 사이언스나 외국 언론에 알려야 하느냐, 국내에서 해결해야 하느냐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고 생명과학자들도 삼삼오오 모여 숙의하기 시작했다. 이날 기자는 국내·외에서 제보전화를 받고 아침 잠을 깼다. 그리고“외국에서 문제가 터지기 전에 국내 언론이 먼저 써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이들이 주장한 ‘자정론’의 요지는 이렇다. “논문에 문제가 있으면 서울대가 조사해 밝혀야지, 사이언스 손에 맡겨두면 우리나라는 거짓 논문을 쓰고도 바로잡지도 못한 한심한 과학계가 된다. 우리 과학계의 자정능력을 보이지 않으면 앞으로 어느 저널이 우리 과학자의 논문을 곧이곧대로 보겠나. 우리나라가 그 정도는 아니다.”

해외에 알리자는 주장에는 국내 과학계에 대한 절망이 어려있다. “지금까지 어느 과학자가 제 이름 걸고 ‘DNA 검증을 통해 의혹을 불식하자’는 주장을 한 적이 있느냐. 황 교수가 입 열기만 쳐다보던 국내 학계나 정부가 무엇을 조사하고 어떻게 시정하나. 사이언스에 알리는 길밖에 없다.”

이들은 이미 황 교수 개인의 안위를 떠나 논문 조작 사건이 우리 과학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이를 두고 ‘잘 나가는 동료에 대한 과학자들의 시기’라고 말한다면 이 세상에 음모 아닌 것은 없다.

서울대 조사위가 “줄기세포 2개만으로 11개가 있는 것처럼 논문을 조작했다”고 발표한 뒤에도 “조작은 관행”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걸 보면서 기자는 절망을 느낀다. 한남대 한 교수는 “황 교수 논문은 조작이 아닌 과장”이라고 말했고, 서울대의 한 생명과학과 박사과정 학생은 생명과학계의 논문 조작은 흔한 일인 것처럼 말한 것이 인터넷 매체에 소개됐다. 이에 대해 서울대의 한 교수는 “과학자로서 교수로서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오류 없는 데이터를 내고자 하는 것이 대부분의 과학자”라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데이터를 잘못 해석해 나중에 논문이 오류로 밝혀지는 것과, 없는 데이터를 있는 것처럼 조작한 것은 분명 다르다”며 비통해했다.

2002년 데이터 조작으로 사이언스와 네이처 논문이 무더기로 취소된 얀 헨드릭 쇤 사건 이후 과학저널에는 ‘왜 조작을 하나’라는 분석 기사가 종종 실렸다. 그 네 가지 이유를 들면 이렇다. 1. 연구업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다. 2. 결과가 그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해서 조작한다. 3. 대충 해 보고 데이터를 조작한다. 4. 실험의 재현이 어려우면 잘 들키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대부분의 과학자가 스트레스가 많고(1), 결과를 예상하니까 실험을 한다(2). 문제는 3번부터다. 정상적인 과학자라면 실험을 해 보고 결과가 제대로 안 나오면 논문을 안 쓴다. 4번의 경우는 황 교수도 난자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들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황 교수에게 한번 더 속아 보자”는 무책임한 말을 했다. 황 교수가 과학계에서 퇴출되면 우리 줄기세포 연구가 뒤처질 것이라는 주장은 마치 국회의원이 한 명 없으면 의회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 우리 생물과학계에는 황 교수가 아니라도 열심히 연구하는 정직한 과학자들이 많다.

한 생명과학과 교수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사태까지 오도록 방관한 서울대와 생물과학계는 처절하게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과학계는 잃은 것이 없다. 잃은 게 있다면 오직 거짓뿐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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