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발표한 내년 경제운용 방향은 경기회복 기반 강화, 성장잠재력 확충, 동반성장 유도 등의 3대 큰 틀에서 올해와 큰 차이가 없다.
하반기 들어 우리 경제가 오랜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지만 그 추세가 아직 미약하고 국내외 경제여건도 여전히 불투명해 정책선택의 폭이 무척 좁았다는 얘기다. 과거와 달리 5% 성장을 ‘목표치’가 아닌 ‘전망치’로 내놓은 것은 이런 속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내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크게 늘어나 각각 4.5%, 6.5%에 달하고 수출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로써 35만~40만개의 일자리와 15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이루고, 물가상승률은 올해 2%보다 높은 3% 수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수치는 얼마전 나온 한국은행의 전망에 비해 다소 낙관적이지만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의 분석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큰 무리는 없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 보면 ‘보기 좋은’ 상품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을 뿐,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 즉 투자부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경기회복이든, 성장잠재력이든, 동반성장이든, 모두 투자로부터 비롯되는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돼야 가능한 것인데 이에 대한 정책당국의 의지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중소기업 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각 부문 양극화 해소 등 메뉴는 많지만 정책의 초점이 없다는 지적은 여기서 나온다.
사실 우리 경제는 머리와 몸통은 크지만 팔과 다리는 약골인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려면 경제사령탑의 확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투자와 고용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더구나 내년은 지방선거와 대선 전초전 등 정치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과제의 핵심을 궤뚫고 있지 않으면 이 바람에 우리 경제는 또다시 표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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