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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권위가 동네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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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권위가 동네북인가

입력
200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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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 누가 군대 가려고 하겠나”

26일 저녁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국회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자마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인권위를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결정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양심적 자유는 국방의 의무보다 우선적 권리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사법적 판단을 내린 이후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위 사람들은 군대 안 간 사람들이 많다던데…’ ‘인권위 자폭하라’는 비난을 보고서는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앞서 인권위는 농민집회 이후 사망한 전용철, 홍덕표씨의 사인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결론 내리고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이 시각 농민단체 일부 회원들은 ‘경찰청장 파면하라’ ‘경찰 기동대 해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브리핑실에 들이닥쳐 인권위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 수뇌부 경고와 징계 권고 수준에 머문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사실 인권위는 인권문제에 대해 방향을 제시해 주는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결정 사안도 강제력을 띠지 않은 권고 수준의 상징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그런데도 인권위의 결정이 있을 때마다 우리사회는 홍역을 앓는다. 지난해 인권위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권위의 결정 자체를 마치 강제성을 띤 판결인 양 받아들이며 인권위를 비난하는 것은 후진적이다 못해 집단적 광기에 가깝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위를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권위의 결정은 모든 사안의 최종 결정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 주는 신호일 뿐이다.

안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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