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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相生경영과 獨生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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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相生경영과 獨生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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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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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전자:폴더형 휴대폰 자동개폐 장치를 개발한 중소기업 K사로부터 1년 동안 납품을 받았으나 갑자기 거래를 끊고, 거래선을 계열사인 S전기로 바꿈. S전기는 K사가 보유한 핵심 특허기술을 빼낸 후 관련제품을 생산해 S전자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남. K사는 극심한 경영난과 대출금 회수 압박을 못 이겨 부도로 쓰러짐.

#P사:열연강판 판매대리점인 중소기업 H철강이 국내 판매를 위해 열연강판을 수입하자 다음 분기에 제공하기로 한 물량 중 11.4%를 줄인 채 공급.

#H사:연례 행사처럼 벌어지는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타개 및 임금보전을 위해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 부품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년 납품단가를 내려 신기술개발 자금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음.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수년간 재벌 기업들의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핵심기술 빼낸 후 거래중단, 공급물량 축소 등 대표적인 횡포사례를 적발한 내용이다.

재계가 최근 상생경영, 동반경영을 경영의 최대 화두로 제시하며 협력업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포스코 등 10대그룹은 지난 주 청와대에서 열린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간담회’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상생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10대그룹의 올해 상생투자 액수는 지난해보다 29.8% 늘어난 8,317억원으로 조사됐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7.3% 증가한 9,578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재벌들이 우리 경제의 혈맥인 중소 협력업체를 성장의 동반자로 인식,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이 같은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 협력업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상당수 재벌 기업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쥐어짜기식 납품단가 인하 ▦판로 제한 ▦회사기밀 가로채기 ▦대량주문 후 계약 파기 ▦어음결제 관행 등의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외 발표용으로 상생(相生)경영을 강조할 뿐, 독생(獨生)경영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불만이다.

이동통신사에 콘텐츠를 납품하는 모 중소기업 L사장은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를 단순 하도급업체 취급하며 수익을 착취하고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풍토아래서는 상생경영은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면서 “불공정 거래를 지속하면서 대외적으론 협력업체 지원을 늘리고 있다는 ‘눈가리고 아웅식’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협력분야는 부품국산화 지원 및 판로확대. 특히 정보기술(IT) 분야 대기업의 경우 선진업체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위해 손쉽게 로열티를 주고 부품을 수입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차세대 반도체, 디지털 TV및 방송 등 10대 성장동력의 상당수 업계가 핵심부품과 장비를 해외에서 들여오려는 유혹을 떨쳐버리고 못하고 있는 점이다.

액정화면(LCD)을 생산하는 L사 C상무는 “디지털TV 산업은 부품국산화가 이뤄질 경우 전후방산업의 연관효과가 큰데도, 일부 대기업이 세계1등에 집착해 반도체장비 등 핵심부품업체의 국산화지원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벌들이 청와대 회동에 맞춰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내놓거나, 대외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국면 타개용으로 상생경영 카드를 제시하는 이벤트성 행사에 치중해서는 곤란하다. 번지르르한 행사나 말잔치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 새해가 대기업과 협력업체간 실질적인 상생경영의 원년으로 기록되길 기대한다.

이의춘 산업부 부장대우 junglee 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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