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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떠오른 별''스러진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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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떠오른 별''스러진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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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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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란 언제나 양지와 음지가 있다. 명성을 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동안 쌓은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또 잃어버린 것을 각고의 노력으로 되찾거나 새로운 길을 찾아 재기하는 이들도 많다. 한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2006년을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2005년을 열심히 살아 세인의 기억에 남은 사람들과 올해 역사속으로 사라진 인물들의 지혜와 자취를 짚어본다.

2005년 '떠오른 별'

<정·관계> 野선 이명박·박근혜, 與선 정세균·이병완

▦이명박 서울시장=청계천 복원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올해의 정치인을 꼽으라면 이 시장이 1순위다. 무모한 사업이라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2003년 7월 청계천 복원사업을 강행, 2년3개월 만인 금년 10월1일 청계천 물길을 다시 열어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주목 받는 정치인이 됐다.

덕분에 지지율도 급반등, 최근에는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표 뿐 아니라 부동의 선두를 달리던 고건 전 총리까지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올해 전반기 4ㆍ30 재보선에서 24대0이라는 완승을 거두면서 야당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강정구 교수 파동으로 인한 정체성 논란도 10ㆍ26 국회의원 재선거의 4대0 전승으로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강단은 그의 정치적 색깔로 굳어졌고, 당내 기반도 탄탄해졌다는 평이다. 사학법 개정안 반대를 위한 장외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10ㆍ26 재선거의 참패로 인한 여권의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의장 겸 원내대표를 맡아 당정청간 불협화를 무난히 조율해냈고 지리멸렬했던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았다. 특히 쌀협상 비준안과 사학법 등 난마처럼 얽힌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미스터 스마일’에 이어 ‘미스터 군기’라는 새로운 별칭도 얻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금년 2월 청와대 홍보수석에서 물러났다가 금년 8월 비서실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만큼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기획력도 탁월하다. 홍보수석 때는 청와대 서열이 10번째였으나 불과 6개월 만에 비서실 수장으로 컴백함으로써 ‘서열 파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이용훈 대법원장= 9월 26일 14대 대법원장에 취임하며 재야 변호사에서 일약 사법부 수장에 올랐다. 취임사에서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 독립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사법부의 과거사를 최초로 반성했다. “묵은 제도와 낡은 관행을 과감히 버리겠다”는 다짐에 맞춰 대법관 구성 다양화, 법원행정처 조직개편, 법관 인사제도 개선 등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계> 사상 최대 흑자 타고 '은행권 빅4' 훨훨

2005년은 은행권에 ‘사상 최대 흑자의 해’로 기록된다. ‘그림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빛’이 압도했다는 것은 이 같은 영업성과가 말해준다.

우선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은행권 ‘빅4’ CEO들이 돋보인다. 황영기 우리금융회장은 ‘국내 유일의 토종은행’이라는 마케팅 아이콘으로,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순익 1조원’클럽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LG증권과 LG투신운용 인수성공에 이어, 이번엔 LG카드 인수에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하나금융지주를 성공적으로 탄생시킨 김승유 회장도 2005년을 빛낸 CEO다. 올해 초 3연임(9년)을 끝으로 하나은행장에서 물러난 김 회장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지주회사 설립작업을 마무리 짓고 이 달초 지주사 회장에 취임했다.

은행권 최장수 CEO인 라응찬 신한지주회장은 최영휘 전 사장과의 마찰로 잠시 리더십에 도전을 받기도 했지만, 최대 현안인 신한과 조흥은행의 합병작업을 비교적 매끄럽게 지휘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강정원 행장도 ‘국내 최대은행’ 지위를 확고히 사수했다는 평가다.

내년엔 빅4 CEO들이 공교롭게도 외환은행(하나 vs. 국민)과 LG카드(우리 vs. 신한) 인수를 놓고 한판승부를 벌이게 돼 있어,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보험업계에선 공적자금투입기관으로서 수익성(대규모 흑자)과 공공성(신불자 신원보증보험 인기)의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해 S&P로부터 A-등급까지 받아낸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이 돋보인다.

증권가에선 자산운용에 관한 한 동물적 감각을 지녔다는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이 단연 주목을 받았다. 박 회장은 SK생명(현 미래에셋생명) 인수로 금융그룹의 틀도 확고히 구축했다. LG카드 정상화에 성공한 ‘구조조정의 해결사’ 박해춘 사장, 잇딴 히트상품으로 바람몰이를 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2005년을 빛낸 CEO로 평가 받고 있다.

<종교·문화·예술계> 갈등 조정 지관스님… '삼순이' 김선아…

▦지관(智冠) 스님 = 10월 선거에서 제32대 불교조계종 총무원장에 당선돼 향후 4년간 국내 불교 최대종단을 이끌게 됐다. 1947년 해인사에서 출가한 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2선)과 부의장, 동국대 총장, 동국학원 이사와 감사, 문화공보부 문화재위원 등을 역임했고, 불교대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伽山佛敎大辭林)’ 편찬에 진력해온 대표적 학승이다. 유연한 인식으로 앞으로 사회갈등 조정에도 큰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지율스님= 일명 ‘도룡뇽 지킴이’로 불리며 올해 초 우리 사회의 생명의 가치를 화두로 던졌다. 경부고속철도 공사 천성산 터널공사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 100일간 단식농성을 벌여 민ㆍ관 환경영향공동조사를 이끌어냈다. 공동조사 후 올 11월 공사가 재개되자 그는 다시 거처를 공개하지 않은 채 단식에 들어갔다.

▦김애란(金愛爛)= 최연소(25세)로 제38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며 올해 문단의 가장 빛나는 새 별로 떠올랐다. 하지만 문단과 독자들이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이력과 상의 광휘의 대비 때문이 아니라, 그의 작품들이 지닌 듬직한 힘과 가능성 때문이다. 수상 직후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창비)를 내놓았다.

▦황정민 = 올해 출연한 ‘달콤한 인생’ ‘천군’ ‘너는 내 운명’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여자, 정혜’ 등 다섯편의 영화에서 각기 다른 인상적인 연기로 일약 한국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떠올랐다. 이 같은 성과로 올 연말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조연상을 휩쓸었다.

▦김선아 = 올해 최고 히트 드라마였던 MBC TV의 ‘내 이름은 김삼순’에 ‘삼순이’ 역을 맡아 방송가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50%를 넘어서 또 한편의 ‘국민드라마’가 됐다. 역경 속에서도 씩씩하게 제 인생을 개척해 해나가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여성들을 대변함으로써 ‘삼순이 신드롬’까지 불러 일으켰고, 이후 여러 드라마에서 '삼순이' 아류도 숱하게 등장시켰다.

▦조승우 = 영화 '말아톤'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동반 히트로 2005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핸디캡으로 여겨지던 작은 체구와 여린 이미지를 극복한 것은 물론, 천의 얼굴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단숨에 캐스팅 1순위로 올라섰다. 대종상과 부산영평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임동민ㆍ동혁 형제 = 올해 10월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공동 3위를 차지해 음악계를 환호하게 만든 형제다. 피아노 대회로는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지닌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의 입상은 처음이다. 이들과 나란히 최종 결선에 오른 손열음은 아깝게 입상을 놓쳤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임동민(25) 임동혁(21) 형제는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을 거쳐 독일 하노버 음대에 다니고 있다.

▦배형진= 자폐아 마라토너로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이다. 1988년 10㎞완주부터 시작해 2001년 풀코스 완주와 3시간 이내 기록에 성공했고(2시간57분7초) 그의 이야기는 책, TV,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는 각 종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고 올 11월에는 평양시내까지 달렸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이 바뀌는 것이 기쁘다는 그는 내년에도 여러 사람들의 희망과 사랑을 안고 달릴 것이다.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 미 해군정보국(ONI) 컴퓨터전문가로 근무하며 한국 정부에 군사기밀을 제공한 혐의로 1996년 구속되어 7년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2004년 7월 석방 후 보호관찰과 가택연금을 당하다 05년 10월에야 자유의 몸이 됐다. 올 11월 10년 만에 고국을 찾아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고 돌아간 그는 때때로 로버트김 후원회 사이트에 메일편지를 보내고 있다.

<체육계> 프리미어리거 박지성·격투사 최홍만 세계로…

▦박지성= 6월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축구 종가’에 입성한 첫번째 한국인이 됐다. 지난 21일 칼링컵 8강전에서는 잉글랜드 진출 25경기, 133일 만에 감격의 첫 골을 터트렸다. 박지성에 이어 두번째 프리미어리거가 된 이영표(토튼햄 핫스퍼)도 주전으로 맹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박주영=프로축구 역대 사상 최다 관중(277만 7,441명) 동원과 한국의 6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이끌었다. 두 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만장일치로 신인왕에 올랐다. 박주영은 독일월드컵 최종 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후반 막판 극적인 동점골, 쿠웨이트전에서는 선제 결승골을 넣어 한국에 월드컵 티켓을 선사했다.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 10월에 무려 1,000만 달러의 몸값을 받고 프로로 전향했다. 데뷔전인 LPGA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드롭실수로 실격 처리됐다. 남자 대회인 카시오월드오픈에서는 타이거 우즈의 인기를 능가하는 취재진과 갤러리를 몰고 다녔지만 컷 통과는 못했다. 타임지 선정 올해의 뉴스메이커 23인에 뽑혔다.

▦최홍만=격투기 데뷔 첫 해를 성공적으로 보냈고 국내에 격투기 열풍을 몰고 왔다. 격투기 K-1에 진출한 최홍만은 첫 출전한 ‘K_1 서울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뒤 9월에는 ‘야수’ 밥 샙을 꺾어 최강 파이터 8명이 겨루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강타자 레미 본야스키에게 패해 데뷔 첫해를 7전6승1패로 마감했다.

▦선동열=사령탑 데뷔 첫 해에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 대스타에서 명감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름값으로 야구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매너리즘에 빠진 스타들을 2군으로 내려보내는 과감한 용병술과 수비를 강조하는 ‘지키는 야구’를 표방, 삼성을 최강의 팀으로 키워냈다.

2005년 '스러진 별'

<정·관계> 5·16 주역 김용태·前국정원 차장 이수일…

▦김용태(金龍泰ㆍ80ㆍ4월2일)=민간인 신분으로 5ㆍ16 군사쿠데타에 참여한 뒤 1960~70년대 여당의 거물로 정계를 풍미했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서울대 사범대 동창으로 한국전쟁 당시 대구로 피난갔다가 JP의 주선으로 박정희 대통령 집에 신세를 진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63년 6대부터 10대 국회까지 내리 5선을 기록했다. 80년 신군부 등장과 함께 정계를 떠났다가 87년 JP가 창당한 신민주공화당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이 마지막 정치활동이었다.

▦김진재(金鎭載ㆍ63ㆍ10월24일)= 1981년 11대 총선 때 부산 동래구에서 민정당으로 금배지를 단 뒤 금정구로 옮겨 13, 14, 15, 16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에도 원만한 성품 탓에 한나라당 전당대회의장을 맡는 등 역할을 했다. 일본 게이오 대학 객원교수로 지내던 중 지난 6월 뇌종양으로 의심되는 징후가 발견돼 귀국했다가 갑자기 병세가 나빠져 유명을 달리했다. 동일고무벨트 대표로 수천억원의 재산가였다.

▦이수일(李秀一ㆍ63ㆍ11월20일)=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찰에 투신해 경찰대 학장까지 지낸 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11월 국가정보원 2차장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1년4개월간의 재직 기간 국정원의 휴대폰 도청을 묵인한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상사인 신건 전 국정원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자책감을 못 이겨 호남대 총장 관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계> 정세영·박성용 회장 등 한국경제 거목들

▦정순영(鄭順永ㆍ83ㆍ10월13일)=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으로 1945년 현대자동차공업에 입사한 뒤 현대건설 부사장을 거쳤다. 현대시멘트를 맡아 현대종합금속, 성우오토모티브, 성우종합레저, 성우종합건설, 성우전자 등을 계열사로 편입시켜 현재의 성우그룹을 만들었다. 노환과 췌장암으로 장기간 투병생활을 했으며 유명을 달리하기 전까지 성우그룹 명예회장을 맡았다.

▦김정문(金正文ㆍ78ㆍ12월12일)= 48세 때인 1975년 알로에를 먹고 자신의 위장병을 고친 것을 계기로 30년 동안 '알로에 전도사'로 살아왔다. 1996년 별세한 이연호 남양알로에 회장과 함께 국내 알로에 사업 1세대로서 주부 모임까지 일일이 찾아 다닐 정도로 알로에 알리기에 매진했다. 재산 모으기보다 1만명이 매달 1만원씩 1만명의 가난한 어린이를 돕는 '만만만 운동' 을 벌이는 등 사회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정세영(鄭世永ㆍ77ㆍ5월21일)= 195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형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가(家) 창업을 이끌었다. 67년 현대자동차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30여년간 국내 자동차 산업을 선도했다. 1970년대 포니 승용차를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신화를 이뤄내 '포니 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99년 현대차 경영권을 조카인 정몽구 회장에게 넘긴 뒤 지병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으로서 장남인 정몽규 회장과 함께 건설업을 키우는 데 전념했다.

▦박성용(朴晟容ㆍ73ㆍ5월23일)=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맏아들로, 아시아나항공을 설립하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제2의 도약기를 이끌었다.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대통령 경제비서관, 경제기획원장관 특보, 서강대 교수 등 정ㆍ학계에서 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부친 타계 후 그룹 총수직에 올라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 그룹 체질을 공고히 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생애의 마지막 10년을 문화예술 후원에 바쳤다. 수많은 음악 영재를 키우고 재능있는 연주자들을 후원했다.

▦소병해(蘇秉海ㆍ63ㆍ9월2일)=1978년부터 12년 동안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을 맡아 강력한 추진력과 엄격한 관리로 비서실의 기능을 크게 강화시켰다. 87년까지 고 이병철 회장을 보좌했으며, 이건희 회장 취임 3년을 맞아 새 체제가 안정되자 90년 말 '최장수' 비서실장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은 당시 "그룹내 최고 공로자"라고 평가했다. 이후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지내다 9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삼성화재 고문을 맡았다.

<종교·문화·예술계> 문학계 대모 조경희·만화 '임꺽정' 고우영

▦최태영(崔泰永ㆍ 105ㆍ 11월30일) = 전현직을 통틀어 최고령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법학자 겸 한국상고사학자로 한국 근대법학사에 지울 수 없는 자취를 남겼다. 법학 연구 외에 한국상고사 연구에도 매진, 수많은 논저를 통해 '재야사학의 대부'로도 널리 알려졌다. 주변에 부고를 알리지 말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별세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장우성(張遇聖ㆍ 93ㆍ 2월28일) = 광복 후 일본식 동양화를 극복하고 전통 한국화의 맥을 되살리는데 앞장섰던 전통 문인화가다. 18세에 이당 김은호 선생의 문하로 한국화에 입문한 후 1930년대 초부터 조선미술전람회와 서화협회전에 연속 입선해 입지를 굳혔다. 학, 인물, 정물, 산수 등을 즐겨 그렸으며 간결하고 응축된 선으로 그윽한 선비정신이 배어나오는 작품들을 남겼다.

▦조경희(趙敬姬ㆍ87ㆍ 8월5일)= 수필문학의 위상을 드높인 문필가이자, 문화ㆍ예술계의 크고작은 일을 자상히 챙긴 품 넓은 대모였다. 이화여전을 나와 조선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 1980년 한국일보에서 정년퇴임할 때까지 여성 언론인의 리더 역할을 했고, 관계에도 진출 문예진흥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대원(李大源ㆍ 84ㆍ 11월20일) = 사시사철 과일나무가 꽃피고 열매를 맺는 과수원을 따뜻하고 밝은 원색으로 점을 찍듯 그린 그의 그림은 '서양물감으로 그린 동양화'라는 찬사를 들었다. 경성제대 법대를 다와 추상미술이 화단을 휩쓸었던 1950, 60년대부터 한국적 풍경을 그리는 구상주의를 고집하며 외길을 걸었다. 밝고 온화한 성품과 이력으로 '화단의 신사'로 불렸다.

▦김영중(金泳仲ㆍ 80ㆍ 8월21일) = 한국미술협회이사장을 지냈으며 문화예술진흥법 제정을 발의하는 등 미술행정가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작가다.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들며 한국 현대조각을 대표하는 인물로 존경 받았다. 세종문화회관 외벽의 '비천상(飛天像)', 광주비엔날레의 상징 '무지개다리- 경계를 넘어서', 독립기념관 상징조형물 '강인한 한국인 군상' 등 숱한 작품을 남겼다

▦전병순(田炳淳ㆍ76ㆍ 5월3일)= 1961년 한국일보 장편 공모에 여순사건을 다룬 '절망 뒤에 오는 것'으로 등단, 여성의 억압 받는 현실을 고발한 작품 '현부인' '독신녀' 등으로 큰 인기를 누린 여류 소설가였다. 제5회 여류문학상 수상작인 '또 하나의 고독'(1968)은 신영균 윤정희 주연의 영화('당신')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이형기(李炯基ㆍ73ㆍ 2월2일)=1950년 등단, 존재론적 미학의 정점을 보여준 시인으로 평가 받았다. 동양통신과 서울신문, 국제신문 등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했고, 동국대 교수와 한국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상우(韓相宇ㆍ 67ㆍ 8월18일) = 국내 대표적인 클래식음악 평론가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현장을 지키며 부지런히 글을 썼다. 음악 방송 해설자, 음악회 진행자로도 활동했던 그는 공연평 뿐 아니라 음악계 전반에 대한 애정어린 글을 꾸준히 발표해 국내 음악계의 산 증인이자 대변인 역할을 했다. 온화한 성품과 공정한 자세로도 존경과 신뢰를 받았던 그의 빈 자리가 크다.

▦고우영(高羽榮ㆍ 66ㆍ 4월25일) = 고인은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으며 오랫동안 어린이물에 머물러온 만화를 '국민오락'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 2002년 수술을 받은 대장암이 재발해 세상을 떴다. 1972년부터 일간스포츠에 연재한 '임꺽정' '수호지' '일지매' '초한지' '삼국지' 등을 통해 어려운 동양고전을 특유의 해학으로 재해석해 낸 그는 이후 시사만평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며 활동했다.

▦법장(法長ㆍ 64ㆍ 9월11일) = 조계종 제31대 총무원장으로 임기 중인 9월11일 새벽 심장혈관 수술을 받고 회복하던 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입적했다. 현직 총무원장으로는 처음 방북,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들과 만났으며, 이라크 자이툰 부대도 위문차 방문하는 등 왕성한 사회적 활동을 펼쳤다. 유지에 따라 법구를 병원에 연구용으로 기증, 영결식은 종단장 처음으로 다비식 없이 치러졌다.

▦황해, 김무생, 전운, 정애란 = 오랜 세월 대중과 함께 웃고 울던 원로배우들이 잇달아 세상을 떠났다. '5인의 해병' '독 짓는 늙은이' 등으로 1950~70년대 스크린을 풍미했던 명배우이자 원로가수 백설희의 남편, 가수 전영록의 아버지이기도 한 황해(본명 전홍구)씨가 2월9일 83세로 타계했다. 이어 3월26일에는 전운(67)씨가 지병인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드라마 '대원군' '113수사본부' '남자의 계절' '해뜨고 달뜨고' 등 많은 드라마에서 넉넉한 이미지를 남겼던 그는 최근까지 한국방송문화원장으로 일해왔다. 4월16일에는 김무생씨가 희귀병인 류머티즘성 폐질환으로 투병 끝에 62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100여편이 넘는 드라마, 영화, 연극 등에서 선 굵은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MBC TV '전원일기'의 할머니 역으로 시청자에게 따뜻한 연기를 보여준 정애란씨가 11월10일 78세로 별세했다. 그는 1980년 10월 '전원일기' 첫 방송에 '김회장(최불암)'의 어머니로 등장한 후 2002년 12월 종영 때까지 폐암 치료기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출연했다.

▦이은주(25ㆍ 2월22일) = 2월22일 겨우 스물 다섯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의 죽음은 영화계를 넘어 한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유서에서 그는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는 말로 견디기 어려웠던 정신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시 그는 '주홍글씨' '안녕, UFO'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영화와 드라마 '불새'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숱한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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