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올 한해 처리한 사건 중 ‘법을 잘 몰라 입건되거나 피해를 본 사례’ 4가지를 골라 27일 발표했다. 악의 없이 무심코 한 행위로 범법자가 되거나 법률 또는 제도를 미처 몰라 피해를 본 경우들이다.
타인 저작물 개인홈피 올리면 유죄
요즘 네티즌들은 인터넷으로 영화, 음악을 다운받아 갖고 있다가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올려 놓는다. 자기가 감상한 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눴으면 하는 마음이겠지만, 이처럼 불특정 다수가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저작권법 27조는 복제의 허용 범위를 ▦비영리 목적 ▦개인적 이용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내 이용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올해 이 같은 사건을 처리한 대전지검은 “저작권 침해에 위협을 느끼는 음반사 등 저작권자들이 갈수록 네티즌을 고소하는 사례도 늘어나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죽은사람 명의로 인감 떼면 문서위조
사망한 가족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다가 입건되는 사람도 많다. 장모(43ㆍ여)씨는 8월 노환으로 숨진 시아버지가 들었던 보험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사무소에 시아버지 이름의 인감증명 위임장을 냈다가 사문서위조죄로 동사무소 직원에 의해 고발됐다.
오모(48ㆍ여)씨도 교통사고로 숨진 남편의 자동차를 팔기 위해 남편 명의의 인감증명 위임장을 동사무소에 냈다가 고발됐다. 청주지검은 이들의 사정을 감안해 기소하지 않았지만 “사망한 사람 명의로 작성한 문서라도 공공의 신용을 해칠 위험이 있으면 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기초생활자는 벌금납부 연기 가능
법률 지식이 없어 억울한 피해도 많이 본다. 벌금 500만원을 내지 않아 지명수배됐던 김모(59ㆍ농업)씨는 10월 경찰에 검거된 뒤 검사의 노역장 유치 결정으로 청주교도소에 수감됐다. 김씨는 가난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90세 가까운 노모를 수발하며 살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 김씨의 딱한 사정을 들어 석방해달라고 탄원서를 냈지만 이미 수감된 김씨를 석방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검찰은 “김씨처럼 기초생활수급자이고 본인 외에 가족을 부양할 사람이 없으면 검찰사무규칙 규정에 따라 벌금납부를 연기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친고죄 본인.변호사만 고소취하 가능
옛 여자친구에게 다시 만나줄 것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모씨는 브로커에게 돈을 뜯겼다. 전과10범의 법조브로커가 “피해자의 고모부인데 돈을 주면 고소를 취소시켜 주겠다”며 정씨의 형에게 접근, 150만원을 받아 달아났다.
검찰은 “강간죄처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는 죄는 고소 취소 역시 피해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변호사) 만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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