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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美 유가압박 맞서 中·러 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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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美 유가압박 맞서 中·러 밀착

입력
200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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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의 급등과 중국의 수요급증 등 세계 에너지시장의 변화가 국제정치 지형을 변화시킬 조짐이다. 중국의 에너지원 확보전략은 동북아 판도를 바꾸고 있고, 석유를 무기화한 러시아의 영향력도 급상승하고 있다. 2005년 겨울은 열강의 에너지 패권다툼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석유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예사롭지 않은 해외 나들이를 했다. 셰이크 아메드 파드 알 사바 OPEC 의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25일에는 바로 러시아에서 에너지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위상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OPEC의 중ㆍ러 순방은 석유 이권 외에 ‘플러스 알파’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쿠웨이트 석유장관이기도 한 알 사바 의장은 이타르_타스와의 회견에서 “러시아가 언젠가 OPEC 회원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내년 G8(서방 선진 7개국+러시아)의 순회 의장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OPEC이 모두 80여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의 정유시설을 확장ㆍ신설하고 내년부터 정기적으로 각료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콧대 높은 OPEC이 소비국의 석유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마디로 중국과 OPEC의 밀착이 두드러진다.

반면 미 의회에서는 OPEC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프랭크 로텐버그 상원의원은 12일 백악관에 편지를 보내 “OPEC의 산유량 쿼터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며 “WTO를 통해 OPEC을 무력화시키라”고 공개 주문했다.

이 같은 주문은 최근 149번째 회원국으로 WTO에 가입한 사우디를 겨냥한 발언이다.

OPEC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4월 당시 왕세제였던 압둘라 현 사우디 국왕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 회담 이후 팽배해졌다.

부시 대통령이 공을 들였는데도 사우디가 유가를 의도했던 대로 내려가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OPEC의 중ㆍ러 접근은 미국이 시장자유화를 앞세워 가격카르텔을 무너뜨리려는 데 대한 사우디의 반격일 수도 있다.

미국이 OPEC을 위협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OPEC을 ‘셔먼 반독점법’으로 규제하기 위해 ‘비석유생산수출카르텔(NOPEC)’이란 이른바 ‘NO OPEC’ 법안이 상원에 발의됐다.

2001년에는 이라크를 장악해 카르텔을 무너뜨리면 OPEC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행동계획이 국무부의 네오콘을 중심으로 입안된 사실이 BBC 방송의 보도로 공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OPEC 창설 멤버인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반미행보를 노골화하고, 사우디도 자유시장체제에 편입한 주변여건과 맞물려 미국의 움직임이 정치 공세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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