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사방이 눈에 덮인 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았지만 폭설 피해가 워낙 컸던 터라 오히려 우울한 분위기였다.
전북 전주시는 눈이 그치고 모처럼 햇살이 비쳤지만 아직도 이면도로는 빙판이어서 도시 전체가 한산했다.
도심에서도 캐럴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교회와 성당들은 폭설피해 농민들을 의식해 예년처럼 화려한 트리 장식을 하지 않았고 예배와 미사시간에도 농민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
눈이 많이 내린 전북 정읍시 김제시 고창군도 전주시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일부 교회와 성당의 신도들은 예배 후 동네에 쌓인 눈을 치우기도 했다.
김제 요촌성당 신도 김형운(42)씨는 “폭설 피해와 농민사망 규탄 집회가 열려 올해는 아예 성당에 트리도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구작업에 나선 전북지역 공무원 경찰 군인 자원봉사자 등 5,000여명은 휴일도 반납한 채 제설작업과 축사 및 시설하우스 철거에 구슬땀을 흘렸다.
공무원 이모(46)씨는 “크리스마스라고 우리만 한가하게 쉴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농민들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무겁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쌓인 눈이 빨리 녹지 않아 가옥 붕괴가 잇따랐고, 제설과정에서도 인명사고가 발생해 크리스마스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24일 오후 11시10분께 전북 부안군 줄포면 줄포리 금동마을 조모(78ㆍ여)씨가 자신의 집 마당에서 눈더미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액 3,600억 넘을듯
호남과 제주, 충청 일부 지역을 강타한 이번 폭설로 인한 피해는 전남 1,977억원, 전북 1,270억원, 광주 236억원, 충남 127억원, 제주 32억원 등 모두 3,600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전주=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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