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편의점과 슈퍼마켓, 백화점을 총망라한 거대 소매 유통그룹이 탄생한다. 경제 본격 회복기에 앞서 이루어진 일본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국내 유통산업 구조조정에도 적지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슈퍼마켓 이토요카도 등의 지주회사인 세븐일레븐&아이홀딩스는 세이부(西部)와 소고(十合)백화점을 산하에 두고 있는 밀레니엄리테일링의 주식을 모두 사들여 경영을 통합하기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우선 내년 31일 밀레니엄리테일링의 주식 65%를 관리사인 노무라(野村)증권의 계열사로부터 1,300억엔에 매입하고, 나머지 35%도 6월까지 모두 사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밀레니엄리테일링의 대표를 자사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임명하는 등의 경영통합방안을 제시했다.
양사의 통합이 실현될 경우 세븐일레븐&아이홀딩스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거대한 유통그룹으로 우뚝 서게 돼 업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일본 국내외에 3만여개의 점포가 있는 세븐일레븐&아이홀딩스의 올해 예상 매출은 3조7,000억엔으로 세계 6위. 여기에 30개의 백화점 점포를 거느리며 지난해 매출 9,168억엔을 기록한 밀레니엄리테일링이 가세하면 세계 5대 소매유통업체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편의점에서만 6,000억엔의 잉여금을 낼 정도로 호황을 누려 온 세븐일레븐&아이홀딩스가 다른 업종인 백화점에까지 눈독을 들인 것은 미래의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점포 확장이 포화상태라고 판단한 이 회사는 고급 소비자가 있는 백화점 사업을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라고 판단했다.
심각한 경영난으로 비틀거리던 세이부와 소고백화점이 최근 경기 회복으로 재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일본 유통업계는 이 같이 전혀 다른 업종의 통합 효과가 어느 정도까지 나타날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유통업계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본 사회는 거품경제가 붕괴된 후 심각한 위기에 빠졌던 유통업계가 최근 경제부활의 신호에 맞춰 새롭게 기지개를 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