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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참사 1주년…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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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참사 1주년…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입력
2005.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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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로 동남아 쓰나미(지진해일) 발생 1주년이 됐다.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인도, 태국 등에서 가족과 친지를 잃은 160만 이재민들은 아직도 난민촌이나 친척집 등을 전전하고 있다. 생계는 아직도 막막하고 삼시 세 끼니를 구호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살아나고 있다.

인도 여성 기타(29)씨는 쓰나미로 두 딸을 잃었지만 다시 임신해 내년 5월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온 몸을 모기에 뜯기며 웅덩이에 고인 물로 버티다 실종 19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인도네시아 소년 마르투니스(8)는 곧 TV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어서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올해 1월 14일 인도네시아 아체에서 마르투니스(가운데)군이 발견됐을 때 세계는 환호했다.

■ "새 생명이 자라요"

남편과 함께 고기잡이를 하는 기타(사진)씨는 내년 5월 새 아기가 태어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임신 5개월로 주변 여성들의 부러워하는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녀가 사는 곳은 정확히 1년 전 쓰나미가 휩쓸고 간 인도 남부 네가파티남의 난민촌. 당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3살 난 소시카와 5살 난 조티카가 파도에 휩쓸려갔다.

당시로서는 새로 아이를 가질 수도 없었다. 두 딸을 낳고는 정부의 가족계획 정책에 따라 불임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쓰나미 이후 정부의 가족 회복 정책의 도움으로 난관 복원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도 함께 수술한 50여 명 가운데 처음으로 임신이 됐다.

"너무 기뻐요. 하지만 아이를 순산한 다음이라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두 아이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셋째가 태어나면 슬픔도 얼마간은 가시겠지요." 기타씨는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편도 "새로 태어난 아기가 딸이면 이름을 소시카나 조티카로 지을 것입니다"라며 거들었다.

그러나 어디나 못된 인간이 있는가 보다. 네가파티남 난민촌 산부인과 의사 시탈라씨는 "지금이 기회다 싶은지 예전에 불임수술을 받은 부인을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내버리고 새 여자를 맞아들일 궁리를 하는 남편들도 있습니다. 그런 짓은 살아남은 아내에게 또 다시 커다란 상처를 주게 되지요"라고 설명했다.

■ "TV 영화 출연해요"

쓰나미가 덮치는 바람에 마을에서 2㎞ 가량 휩쓸려 나가 웅덩이에 고인 더러운 물과 말라 비틀어진 국수를 먹으며 3주를 버텼는데 마침 현지 취재 중이던 영국 방송 카메라 기자가 소년을 발견한 것이다.

당시 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유니폼 상의를 입고 있던 소년의 사연은 축구팬들의 심금을 울렸고 포르투갈 축구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6월에는 리스본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슬로바키아의 독일 월드컵 예선전에 초청받아 경기를 구경하고 성금 4만7,000달러(약 5,000만원)를 받았다. 덕분에 아버지 사르비니씨는 조그만 땅도 사고 경제적으로 훨씬 나아졌다.

지금은 아체 방언 대신 인도네시아어 발음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지방 방송 ‘멀티비전’과 1년간 TV 영화 출연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어부인 아버지는 26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르투니스가 출연에 기꺼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마르투니스는 수줍음이 많지만 축구 이야기를 하면 얼굴이 환해진다.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리스티아노 로날도, 포르투갈의 루이 코스타, 레알 마드리드의 데이비드 베컴 등등.

그러나 쓰나미로 잃은 엄마와 형제자매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껏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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