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없는 성장’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전자업종 등의 발달로 경제 성장은 매년 이뤄지고 있으나 노동 집약적인 서비스업의 부진으로 고용창출효과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고용보호 수준이 높아지고 주당 근무시간이 줄어든 데 따라 고용비용이 높은 상용직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25일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 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693조4,240억원이었고 취업자 수는 2,255만7,000명이었다. 실질 GDP 10억원 당 취업자 수를 보여주는 고용계수는 32.5에 그쳐 전년인 2003년 33.4보다 0.9명 떨어졌다.
올해 고용계수도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주요 기관들은 올 경제성장률이 3.8∼3.9%를 기록하고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30만 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는 이와 관련, 올해 실질GDP와 취업자수가 각각 719조7,741억∼720조4,675억원과 2,285만7000명으로 추산되며 이에 따른 올 고용계수를 31.7로 전망했다. 2004년 32.5명보다 0.8명이 감소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고용계수는 1995년 43.7에 달했지만 1999년 38.0으로 내려갔고 2000년 36.6, 2001년 35.9, 2002년 34.5 등으로 계속 감소해 이런 추세라면 1,2년 내에 30 선마저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0년 사이에 실질 GDP 10억원을 창출하는데 필요한 취업자가 43명에서 31명 정도로 10명 이상 줄었다는 의미로 국내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도 고용 없는 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5% 내외의 안정적인 성장을 하더라도 고용유발 효과가 낮은 전기전자업종 의존도가 높은 데다, 고용 효과가 높은 건설업이나 보건서비스ㆍ음식 숙박업 등의 부진은 여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00년 기준으로 분석한 전기ㆍ전자 업종의 고용계수는 산출액 10억원 당 3.8명에 그쳤지만 보건서비스업은 22.6명, 숙박ㆍ음식업은 19.8명, 건설업은 12.6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경제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 규모를 늘리려면 고용계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업과 음식ㆍ숙박업 등 서비스 경기를 회복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수 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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