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와 개각을 앞두고 있는 여권 내에서 ‘40대 기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40대 기수론은 정치권의 허리역할을 넘어 실질적인 리더그룹이 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새해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물론 능력, 노선과 무관하게 특정 연령대를 내세우는 것이 또 다른 형식의 구태라는 비판도 있다.
■ 全大 "鄭ㆍ金만 있나" 당권 도전나서
소속의원의 40%에 달하는 56명이 40대인 열린우리당에서 ‘신(新) 40대 기수론’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원내 40대 재선그룹은 최근 김부겸ㆍ김영춘ㆍ임종석ㆍ이종걸ㆍ조배숙 의원 등 5명을 전대 출마 후보군으로 선정했고, 원외인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는 이전부터 ‘40대 리더론’을 주장하며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DJ정부 때 40대 바람을 주도했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을 보면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40대의 도전은 단기적으로는 정동영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2파전이 예상됐던 전대 구도에 흥행 요소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력한 대선주자인 두 장관이 5% 안팎의 지지도에 머물러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진세력의 도전은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른바 386세대인 이들 40대는 이번 전대에서 도전자나 감시자의 이미지만이 아닌 지도자의 책임감과 비전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의욕만큼이나 난관도 많다. 우선 전대가 임박할수록 정ㆍ김 장관의 구심력이 커지면서 40대 후보들의 힘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또 민주화운동의 상징성과 다양한 사회적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475그룹과의 연대 없이는 386그룹의 독자세력화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40대라는 나이가 정치적 입지의 지렛대가 될 수 있겠느냐는 본질적인 물음도 제기된다. 한 386 의원은 “4월 전대 때 송영길 의원이 명확한 이념과 노선 없이 ‘40대 단일후보’라는 점만 강조하다가 예선탈락한 게 뭘 의미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도 40대 바람은 거세다. 한나라당의 경우 아직은 대권주자군인 50~60대 ‘4룡’(박근혜ㆍ이명박ㆍ손학규ㆍ강재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원희룡ㆍ남경필ㆍ정병국ㆍ권오을ㆍ임태희 의원 등 40대의 당권 도전설이 점차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당의 간판인 권영길 대표가 60대 중반인 민주노동당에서도 40대인 조승수 전 의원이 내년 1월 전대 출마 의사를 밝히는 등 ‘포스트 권’을 노리는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 입각 '유시민 복지'는 거의 굳어져
40대 그룹의 장관 기용설은 집권 4년차를 맞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국 운영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레임덕을 막기 위한 개혁 추진력 확보와 한나라당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도 여성장관 추가 기용과 함께 40대 장관 발탁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인사로는 노 대통령의 측근인 유시민 의원의 복지부 장관 기용이 거의 굳어진 듯한 분위기다. 유 의원 본인이 “51대 49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며 “안되면 민망할 상황”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임종석ㆍ김부겸ㆍ이종걸 의원의 경우 각각 통일부ㆍ문광부ㆍ정통부 장관으로의 입각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정장선ㆍ김영춘ㆍ송영길 의원도 자천타천으로 40대 장관 후보에 오르내린다.
청와대의 일부 측근들에 대한 하마평도 나온다.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과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천호선 의전비서관 등이다. 이들의 경우 내년 초 개각 때 곧바로 입각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청와대 수석 자리를 거쳐 노 대통령의 임기 내에는 장관직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각각 통일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설이 나오고 있는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와 박선숙 환경부 차관의 경우 40대이면서 여성이라는 강점에다 DJ정부ㆍ민주당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정치적 상징성도 상당해 현실화 여부가 주목된다.
이 같은 40대 장관 기용설은 그러나 여권 핵심부의 설명과는 무관하게 현 정부의 인재풀이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도 이어진다. 또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되는 만큼 50대 이상 기성세대의 경우 재산과 병역, 자녀 국적문제 등에서 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론도 나온다.
물론 “이제 우리 사회에도 정치적 경험과 행정능력을 고루 갖춘 지도자가 필요한 때가 됐다”는 한 여당 의원의 언급처럼 40대 장관의 기용이 결과적으로 정치 후세대의 경험 축적을 통한 정치 선진화의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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