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여성의 힘이 커지고 있다. 외무고시 합격자의 52.6%를 여성이 차지하더니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에서도 각각 32%, 44%를 차지했다. 더욱이 고시 3과 수석을 모두 여성이 휩쓸었다. 고시에서의 여성 약진은 더욱 커질 여성 파워를 예고한다. 사회 다양화 흐름 속에서 전통적 파워 엘리트 배출 경로로서의 의미가 많이 희석됐다지만 고시는 여전히 치열한 경쟁의 장이기 때문이다.
고시별로 여성 점유율이 상당히 다르고, 그것이 여성 응시자들의 선택의 결과란 점은 더욱 눈길을 끌 만하다. 절반 이상을 차지한 외무고시는 물론이고, 행정고시 가운데서도 상대적 남녀 차별 가능성이 적거나 여성의 장점을 부각하기 쉬운 분야의 합격자 점유율이 두드러진다. 법조계나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가 달라지면 여성 진출은 더욱 확대될 것임을 보여준다.
고시만이 아니다. 노동시장이 얼어붙었지만 40ㆍ50대 여성의 취업률은 높아지고 있다. 남성이 꺼리는 일자리가 많다지만 여성 경쟁력이 커진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정에서의 전통적 역할이 뒤바뀐 결과 ‘주부’(主夫)나 ‘체인지족’이란 말을 듣게 되고, 30ㆍ40대의 활동적 기혼 여성인 ‘줌마렐라’, 고학력 전문여성층인 ‘핑크칼라’ 등의 말도 이제는 귀에 설지 않다.
물론 한국사회의 여성인력 활용도는 아직 구미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여성에게 치우친 출산ㆍ육아 부담이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영유아보육법이나 모ㆍ부자보호법 등 관련 법규도 손질할 곳이 많다. 다만 호주제 폐지에서 보듯 실질적 남녀평등의 미래는 밝다.
문제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역할이 컸던 육아나 노인 봉양 분야의 사회적 역할 조정이 여성의 사회 진출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부담으로 떠오른 이런 문제에 대해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하지만 여성의 지혜와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책임감도 절실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