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으로 임하는 참여정부의 목표가 타격을 입었다. 경찰청장 해임이 불가피하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경찰 총수를 자를 수는 없다.”
청와대는 농민시위에 참가한 농민 2명이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 속에 숨진 사건과 관련, 허준영 경찰청장의 해임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청와대 내부도 해임불가피론과 해임 불가론이 팽팽히 맞서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해임론자들은 우선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농민 2명이 숨진 것은 인권, 약자 보호를 내세우는 참여정부의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훼손시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에 경찰 총수를 해임하지 않을 경우 농민ㆍ노동ㆍ시민단체들 뿐 아니라 지지세력들까지 참여정부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군사정권 때에도 과잉진압으로 시위자가 사망하면 경찰청장은 물론 내무장관까지 그만두었던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또 과잉 진압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엄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총수 해임이라는 읍참마속의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만 시위문화를 대대적으로 개선, 폭력 시위와 과잉 진압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노당과 농민단체 등이 경찰청장 해임을 요구하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해임론이 나오는 상황도 의식하는 눈치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임기 보장론이 해임 반대 사유로 거론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찰청장 임기가 2년인데 금년 1월에 임명된 허 청장을 교체하는 것은 임기제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돌발적 사건으로 경찰 총수가 물러난다면 10명의 경찰청장으로도 부족하다는 감정적 반발도 엄존하고 있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검찰과 경찰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총수를 해임할 경우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위의 과격성이 과잉진압을 촉발한 측면도 적지 않은데 경찰만이 책임을 지는 것은 무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임기제 경찰청장은 그대로 두고 이기묵 서울경찰청장을 문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경찰과 청와대 주변에서는 “서울경찰청장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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