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황우석 교수가 검찰에 낸 수사요청서는 어떻게 줄기세포 바꿔치기가 일어났는지를 가정하고 있다. 황 교수가 주장한 내용은 이렇다.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는 서울대 수의대팀에서 만들었다. 이 배아를 5일 정도 배양하면 배반포에 이르고, 때 내부세포덩어리(줄기세포가 될 부분)를 추출할 수 있다. 김선종 연구원은 실험실에서 권대기 연구원으로부터 배반포 넘겨받아 내부세포덩어리를 추출, 배양접시에 옮겨 담아 권 연구원에게 되돌려 주었다. 김 미리 배양접시를 준비해 왔고, 여기에는 미즈메디의 수정란 줄기세포가 이미 담겨 있었다>환자의>
황 교수는 이런 식으로 ‘바꿔치기’가 이뤄졌고, 서울대팀은 이를 모른 채 배양기(인큐베이터)에 넣어 키웠다고 주장했다.
처음 만들어진 2번 줄기세포는 김 연구원이 서울대 실험실에서 2004년 9월 24일부터 줄기세포를 배양접시에 옮기기를 반복, 10월 6일 줄기세포인 세포군(colony)이 형성돼 12월 6일 동결 보관됐고 나머지 줄기세포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황 교수팀은 올 11월 18일에야 자체검사를 통해 2,3,4,8,10,11번 줄기세포가 각각 미즈메디의 4,8,2,7,10,2번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의문 1-서울대팀 문제 없나
김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바꿔치기 했다는 근거로 제시된 것은 “서울대 수의대팀이 수행한 연구과정은 모두 정상이었다”는 말밖에 없다. 사진 등 실험자료가 제시됐지만, 이는 배반포까지 키웠다는 방증은 되지만 바꿔치기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
수사요청서 내용은 바꿔치기가 어느 단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누구의 지시인지, 누가 연루된 것인지는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설령 바꿔치기가 일어났다고 해도 서울대 수의대와 미즈메디병원 연구원 중 누가 관여했는지는 더 따져볼 문제다.
◇의문 2-논문 조작 왜 했을까
처음부터 바꿔치기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황 교수는 왜 두 개의 줄기세포만 김 연구원에게 넘겨 줄기세포 사진과 테라토마 사진을 부풀리도록 했을까.
이 의문은 아무리 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강압적 지시였는지 단순한 요청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황 교수가 김 연구원에게 두 개 줄기세포만 넘겨주고 11개로 부풀려진 사진을 받아 논문을 작성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논문 작성까지 김 연구원 혼자 하지 않았다면 김 연구원의 단독 바꿔치기가 성공할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의문 3-PD수첩에 준 줄기세포는 뭔가
PD수첩이 검증한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는 2,3,4,10,11번이다. 그러나 DNA 검사 결과 3개는 아예 검출되지 않았고 2,4번은 미즈메디의 15개 줄기세포 어느 것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는 황 교수팀의 자체 검증 결과와도 다른 것이다.
PD수첩팀은 줄기세포를 넘겨받으면서 현미경 사진을 통해 배아줄기세포라는 사실은 확인했다. 이 때문에 PD수첩팀에게 넘겨 준 세포는 제3의 (수정란) 줄기세포일 것이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의문 4-김 연구원 동기 있나
김 연구원이 바꿔치기를 했다면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서였을까. 그 ‘동기’가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김 연구원이 피츠버그대로 옮겨 연구자로서 큰 기회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적 주목을 받은 황 교수나 한양대 교수로 옮긴 윤현수 전 미즈메디연구소 소장에 비하면 큰 이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얻을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위험스런 바꿔치기를 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황 교수의 수사요청서에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의문 5-미즈메디의 줄기세포 어떻게 빼낼까
김 연구원이 미즈메디병원이 보관 중인 줄기세포를 쉽게 빼낼 수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할 문제다. 줄기세포는 연구기관의 큰 자산이므로 철저히 관리된다. 미즈메디병원은 외부 기관에 연구용으로 줄기세포를 분양할 때도 일일이 기록을 남겨 왔다.
황 교수는 수사요청서에서 “서울대 수의대 연구원 3명이 2004년 하반기 미즈메디연구소에 가서 배양교육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황 교수팀의 1번 복제배아줄기세포만 사용했다”며 “미즈메디의 줄기세포에 접근할 기회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