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교수 논문 조작 확인/ 과학계 반응“정부·대학도 반성 필요…한국과학 다시 세워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교수 논문 조작 확인/ 과학계 반응“정부·대학도 반성 필요…한국과학 다시 세워야”

입력
2005.12.23 00:00
0 0

“논문 조작은 과학자로서 심각한 잘못입니다. 위기에 처한 한국의 과학을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

국내 과학자들은 23일 서울대 조사위가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을 공식 확인하는 순간 참담한 나머지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난 원인을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라며 “연구팀은 물론 정부와 대학도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논문조작 의혹을 끊임없이 지적해왔던 젊은 과학자들의 정보교환모임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홈페이지에는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자유게시판에는 ‘당장 징계위 회부해야’, ‘연구비 추징하고 파면하라’는 주장들이 오갔으며 “자기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면 과학계에서 퇴출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데이터 조작은 데이터 변조(falsification) 위조(fabrication) 표절(plagiarism) 등 세계 과학계가 꼽는 ‘3대 부정행위(FFP)’에 들어간다. 당연히 황 교수는 과학계 신뢰가 곤두박질치고 논문 제출이나 학회 참석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대부분 과학자의 견해다.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에 논문을 실었던 한 젊은 과학자는 “몇 년 전 미국의 한 과학자가 논문에 잘못된 이론을 인용했다는 이유로 과학계의 거센 비난을 받고 연구직을 사퇴한 일이 있었다”면서 “논문 데이터 조작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로 황 교수, 나아가 한국 과학계가 입을 타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앞으로 황 교수의 거취와 징계 수위에 관해서는 “얼굴 붉히는 일 없도록 자신이 현명하게 결정하길 바란다”며 황 교수의 결단을 촉구하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대 자연대 모 교수는 “황 교수에 대한 처분은 학교가 강요하거나 법적으로 잘잘못을 가릴 것이 아니라 결국 황 교수 본인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학교 측의 압박이 가해지기 전에 황 교수가 지혜롭게 처신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의 과학, 특히 생명과학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신재인 부회장은 “만약 원천기술이라도 있다면 황 교수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 기술을 이어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제어할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낀다”면서 “개인이 연구비를 따와서 개별적 연구를 진행하는 대학교수까지 관리할 수 있는 제3의 조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한 목소리를 내는 젊은 과학자들과 달리 원로 과학자들은 대부분 안타까움에 말을 아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정해문 교수는 “모든 진위가 밝혀질 때까지 의견을 밝히고 싶지 않다. 함께 일했던, 아끼는 후배인 황 교수를 믿고 싶은 심정을 아느냐”며 쓰린 심정을 토해냈다. 미국서 활동하다 얼마 전 귀국해 황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추진했던 한 원로 과학자도 “나라의 과학을 걱정하는 과학자들이 모여 견해를 밝힐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어 침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