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대 조사위원회 발표가 끝난 후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비장한 표정으로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오후 2시30분께 서울대 수의대 정문으로 나와 “이 시간부로 (서울대 교수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만분지일이라도 사죄하고 싶은 마음으로 사퇴한다”며 “하지만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우리 대한민국 기술임을 국민 여러분들은 다시 한번 확인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황 교수 뒤에는 학생들과 연구원들이 울먹이며 서 있었다. 황 교수는 짧은 발표 후 차를 타고 수의대를 황급히 떠났다.
그러나 노정혜 연구처장은 이날 오전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중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며 “사퇴해도 (징계대상이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황 교수의 거취는 조사위의 조사가 끝난 이후 징계절차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논문 조작은 ‘학계 퇴출’로 이어진다. 미국 피츠버그대 이형기 교수는 “조작행위가 적발된 학자는 소속기관에서 해고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이 받은 연구자금을 모두 물어내야 한다. 연방정부 연구기금을 비롯한 각종 공적 자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영원히 박탈된다. 과학저널에 논문을 싣는 데도 많은 제약이 따르고 각종 학회에서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것조차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만일 황 교수가 처벌을 받는다면 국내서는 사실상 허위논문과 관련한 처벌의 첫 사례가 된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윤리위원회에서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하기로 돼 있다. 그러나 황 교수 경우는 이미 드러난 내용이 많아 윤리위를 거치지 않고 조사위에서 바로 징계위에 회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파면과 박사학위 박탈 등 초강경 징계조치 가능성이 크다. 파면될 경우 공무원 신분이 박탈되며 연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서울대 교수협의회 장호완 회장은 이날 개인성명을 통해 황 교수 등 논문 조작에 관여한 이들에 대한 파면을 촉구했다.
물론 황 교수가 그간 쌓아올린 연구성과를 인정해 서울대에서 다시 한번 연구로 만회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황 교수가 서울대 석좌교수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그의 기술력을 인정한 민간기업 연구소들이 또 한번의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학자로서 ‘사망선고’가 내려진 지금 황 교수가 대학이든 기업이든 연구실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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