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미샤를 제조ㆍ판매하는 ㈜에이블씨엔씨의 해외사업부 연원태 팀장은 올 초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두바이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이슬람문화의 특성상 엄격한 규율과 보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밤 10시를 넘긴 두바이 시내는 서울의 여느 유흥가에 온듯한 느낌을 준 것. 건물 하나를 통째로 이용하고 있는 나이트클럽에서 나오는 젊은 중동 여성들은 화장과 옷차림에서 절대 외국인에게 뒤지지 않았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국산품 ‘아이리버’ 로고가 박힌 MP3 플레이어를 목에 걸거나, 삼성전자 애니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에이블씨엔씨는 이 같은 현상을 보고 중동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지난달 UAE의 유통전문기업인 ‘알타이어 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UAE,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6개국에 화장품 판매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미샤는 이들 6개국에 내년 3월 중 매장을 오픈, 고온건조한 기후와 미세한 모래먼지 속에서 피부관리에 효과적인 기능성 화장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미샤 관계자는 “중동 여성들은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일부다처제와 개방화 등의 영향으로 화장품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면서 “5년 뒤 화장품 시장의 규모가 사우디아라비아만 16억 8,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 기계, 휴대폰, 가전, 자동차 등에 이어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기기 등 대표적인 소비재의 중동 진출이 확산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및 소비재업체들은 그 동안 중동 지역이 시장개척이 어려운 곳으로 판단, 현지 진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유가 급등으로 현지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진데다, 30대 미만이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구매력있는 젊은 소비층이 많아지고 있다. 이로인해 소비재업계의 중동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아이리버’를 생산하는 레인콤은 UAE의 샤라프 그룹과 3년간 MP3 플레이어 90만대(1억2,000만달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레인콤은 올해 중동 지역의 MP3 플레이어 시장규모가 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도 50% 이상 급신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휴대용 노래반주기 제조업체 엔터기술은 지난해 3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카이로 국제종합박람회’에 노래반주기를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엔터기술은 덕분에 UAE와 36억원 규모의 영상노래반주기 및 음악 콘텐츠를 수출한데 이어, 최근 중동 다른 국가와도 15억원 상당의 추가 계약을 맺었다.
한국 드라마 열풍도 거세게 불고 있다. 이집트에서 ‘겨울연가’와 ‘가을동화’가, 이란에서 ‘이브의 모든 것’과 ‘의가형제’ 등 한국 드라마가 방영된 데 이어, MBC 프로덕션은 최근 이란 국영방송(IRIB)과 방송권 계약을 체결하고 드라마 ‘대장금’과 ‘좋은 사람’을 이란 전역에 방송할 예정이다.
MBC프로덕션 관계자는 “중동은 언어와 문화적 일체성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한류가 급속히 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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