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희망이자 신화였던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몰락했다.
황 교수가 영롱이와 스너피,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모든 국민은 환호하고 열광했다. 그러나 23일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로 황 교수 연구의 진실성과 신뢰성은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렸다.
황 교수가 국가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1999년 2월 한국 최초로 체세포 복제 젖소 영롱이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하면서부터였다. 같은 해 3월 황 교수는 복제 한우 진이의 탄생을 발표, 동물복제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과학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2004년 2월 “사람의 체세포를 난자에 이식해 만든 복제 배아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전 국민은 환호했고 열광했다. 정부는 황 교수에게 과학기술인 최고훈장인 창조장을 수여함으로써 국민의 열광에 동참했다.
황 교수는 올 5월 척수마비와 파킨슨병, 선천성면역결핍증을 앓고 있는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으로 다시 한번 ‘사이언스’를 장식했다. 당시 이 같은 연구성과는 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세계 과학계를 흥분시켰다. 우리나라는 세계 줄기세포의 축으로 발돋움했고 생명공학계의 ‘다크 호스’가 됐다. 우리 정부는 그의 연구성과를 실제 난치병 치료에 응용할 수 있도록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출범시켰다. 정부는 또한 그를 ‘1호 최고 과학자’로 선정,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황 교수는 8월 세계 최초로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켰다는 내용을 또 다른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국민적인 열광과 후원에 보답했다.
특히 황 교수는 특유의 화술과 언변으로 국민들을 휘어잡았다. 연구성과를 발표할 때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장에서 특유의 비유법으로 언론과 국민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6월부터 MBC PD수첩이 2005년 사이언스 논문 허위 가능성을 취재하면서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또 15일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이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다” 고 밝히고 그 다음날 황 교수도 스스로 “인위적 실수”라고 논문 조작을 인정함으로써 그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결국 국민에게 한껏 자부심을 심어준 그가 이제 상실감과 배신감을 안겨준 ‘일그러진 영웅’이 돼 버린 것이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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