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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여행 - 보성 - 높이 150m 초대형트리 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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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여행 - 보성 - 높이 150m 초대형트리 점등

입력
2005.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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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푸르름의 상징이다. 굳이 녹차(綠茶)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이다.

그래서일까, 차를 떠올렸다 하면 우리의 생각은 특정 계절에만 머무르기 일쑤다. 가까운 예로 KBS2 TV의 드라마 ‘여름 향기’가 누볐던 여러 촬영지 중 보성 녹차밭이 인상적이었던 것도 그런 이미지 덕을 톡톡히 보았을 것이다. 여행에서도 이런 공식은 그대로 적용된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보성 녹차밭은 봄이나 여름 여행지로 인기 있다. 나머지 계절은 외면 받는다. 하지만 차나무는 소나무처럼 사시 사철 푸르다. 갓 볶아낸 우전(雨前ㆍ곡우가 지나기 전에 채취한 잎으로 만든 것으로, 차 중에서 최고로 친다)을 맛볼 요량이 아니라면, 보성의 차밭은 계절 구분이 필요 없는 곳이다.

관광객들의 선입견이 여전히 강한 모양이다. 겨울 녹차밭은 늘 인적이 끊어진 고요의 세상이다. 이 곳 주민들이 그냥 물러설 사람들이 아니다. 버려진 비탈진 산 중턱을 캔버스 삼아 차나무라는 물감으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풍경화를 그려낸 그들 아닌가. 이번에는 차밭에 수십만개의 전구를 들여 화려한 조명을 덧입히기 시작했다.

환상적인 녹차밭 풍광이 펼쳐지는 보성군 회천면 영천리 봇재로 가 보자. 이 곳이 기억에 가물가물거리는 사람도 있겠다. 바로 1999년 세계 최대의 밀레니엄 모형 트리가 만들어진 곳이다. 15일부터 이 곳에 다시 초대형 트리가 등장했다. 2003년에 이어 세번째이다.

높이 150m, 폭 130m의 모형 트리이다. 은하수 전구 40만개, LED(발광 다이오드)전구 3만개가 밤을 밝힌다. 아치형으로 조성한 차밭 황토길을 따라 빛나는 40만개의 전구덕에 밤이 살아 온다.

여기까지가 꿈의 세계로 들어 가는 입구다. 연 이어 내린 폭설은 초록 차밭을 설국으로 만들었다. 하얀 습자지에 꿈틀대는 구렁이 같다고나 할까. 여기에 조명이 더해지니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한 풍광을 연출한다.

을씨년스럽기만 하던 겨울의 보성 녹차밭이 서울 도심의 크리스마스를 방불케 하는 변신에 성공했다. 매일 해질녘에 맞춰 시작된 조명은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이어진다. 차와 빛의 축제는 내년 3월말까지 계속되며 입장료는 무료.

화려한 야간 트리 조명 뒤에는 주민들의 야무진 속내가 담겨있다. 서울에서 5~6시간을 내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니, 일단 밤에 트리를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십중팔구는 이 곳에서 숙박까지도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 관광을 경제와 연관시켜 시너지 효과에 주목한 치밀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하기야 여기까지 와서 녹차밭만 보고 간다면 어렵게 들인 발품이 아깝다. 잠을 청한 뒤 이른 아침부터는 본격적인 보성 여행에 나서 보자. 봇재 고개를 지나 만나는 율포 해수욕장은 고흥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이 득량만을 붉게 물들이는 일출의 장관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보성군이 직영하는 국내 유일의 해수 녹차탕 덕에 밤새 얼었던 몸을 녹일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보성의 자연 기행이라면 이제부터는 문화 기행 차례. 벌교가 기다린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다. 지금도 소설에 등장하는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덕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벌교 포구를 가로지르는 여러 다리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 홍교(虹橋ㆍ보물 304호)이다. 무지개 모양을 닮은 이 돌다리의 원래 이름이 뗏목으로 연결한 다리라는 뜻의 벌교(筏橋)였다. 마을 이름이 바로 여기서 유래했던 것이다. 선암사의 초안선사가 건립한 까닭에 그 절의 홍교와 모습이 너무도 흡사하다.

소설의 주인공 염상구가 깡패 왕초 땅벌과 함께 담력 시험을 했던 철다리, 임만수와 대원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남도여관, 벌교금융조합 등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보성=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먹을거리

보성군 벌교와 마주한 득량만과 여자만은 늘 풍요롭다. 풍부한 갯벌에서는 천혜의 해산물을 쏟아낸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짱뚱어와 꼬막이다.

짱뚱어는 날이 따뜻해지는 4월부터 활개를 치기 시작해 7~8월 정점을 지나, 11월께 겨울잠에 들어간다. 그러나 꼬막은 여름철 산란기를 지나 날이 차가워지는 11월부터 제 맛을 발휘한다. 짱뚱어가 동면 상태에 들어간 지금, 득량만은 꼬막 세상이다.

장암, 대포 등 벌교 지역에서 생산되는 꼬막이 전국 생산량의 60%에 달할 정도다. 지난 한 해 동안 벌교에서 생산된 꼬막만 2,000톤에 달한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간 해독은 물론 보양 음식으로 좋다.

꼬막은 조개의 일종으로 껍질에 많은 주름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참꼬막. 갯벌에서 채취하는 자연산 꼬막을 일컫는다. 주름 골이 깊고 껍질이 단단하다.

한때 상당수 종패가 중국으로 팔려나가 국내에서는 구경하기조차 어려웠으나 중국에서는 꼬막 양식 환경이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현지에서 20㎏ 기준 6만~6만5,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새꼬막은 양식 꼬막으로 껍질의 주름이 얕으며, 맛도 참꼬막만 못해 똥꼬막으로 불리지만 겨울철에는 제법 알이 튼실해 먹을 만 하다. 피꼬막은 피조개와 닮았으며 크기가 주먹만 하다. 보성군청 해양산림과 (061)850-5412

꼬막은 일반 조개와는 달리 입이 벌어지지 않도록 삶는 것이 중요하다. 꼬막이 함유한 피가 사람의 피와 성분이 비슷해 빈혈 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기 때문. 팔팔 끓여낸 물을 식힌 뒤 꼬막을 넣고 중불에 삶아내야 한다. 이 때 주걱 등으로 끓고 있는 꼬막을 한 방향으로 계속 돌려줘야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벌교읍내의 홍도횟집이 꼬막 전문 요리집으로 이름나 있다. 꼬막을 삶은 뒤 껍질만 벗기고 그냥 먹어도 좋고, 초고추장에 버무려 꼬막회 무침을 해도 맛있다. 꼬막된장, 꼬막전 등 다양한 꼬막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꼬막정식은 1만2,000원. (061)857-6259.

● 신년 해맞이 여행

365일 뜨고 지는 해이지만 그 해가 가장 특별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으니 바로 12월 31일과 1월 1일이다. 묵은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해를 맞는 의식을, 그 경건함을 저 뜨겁고 말간 태양에 담고 싶어서일 것이다.

국내 답사 여행사들도 신년 일출 상품으로 그 같은 염원에 답한다. 31일 출발해 새해, 새 햇덩이를 맞는 무박 2일 혹은 1박 2일 상품들이다.

이성원기자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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