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배아줄기세포는 배반포기를 거쳐…. 테라토마 검증은 줄기세포를 스키드마우스에 주입해서 배양하는 거죠.”
늦은 저녁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 김모(47)씨가 쏟아내는 줄기세포 이야기가 전문가 뺨친다.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줄기세포 배양단계부터 황우석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의미, 이번 파문의 쟁점에 이르기까지 줄줄 설명하는 모습이 꼭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 같다.
“언제 그렇게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씨는 “신문, 방송에서 매일 나오는 뉴스 때문에 저절로 공부가 됐다”며 “황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중에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번 파문을 지켜보면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2005년 12월, ‘황우석 쇼크’가 나라를 뒤덮으면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온 국민이 줄기세포 전문가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일과시간이든 식사시간이든 동료들이 뉴스를 보며 줄기세포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한참 동안 얘기를 하곤 한다”며 “대화에 끼기 위해서라도 전문용어 숙지는 필수”라고 말했다.
대학에 출강하고 있는 최모(38)씨는 “친구들과 DNA, 미토콘드리아 등 생물학 단어를 써가며 얘기해 보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인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로 이러다가 온 국민이 생물학 박사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56)씨는 “아줌마들도 동네 미장원, 반상회에서도 줄기세포 이야기 뿐”이라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초등학생들이 테라토마 어쩌구 할 때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적 필요 때문에 공부하는 이들도 있다. 신림동 고시촌의 한 고시생은 “고시유형이 바뀌면서 큰 사회이슈였던 황 교수에 관한 문제가 출제될 수 있어 내용을 숙지하려 애쓰는 중이지만 논란이 종결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정말 시험에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들도 때 아닌 생물 공부에 열심이다. 내년 1월에 치러질 각 대학의 논술ㆍ면접시험에 이 문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 김모(29)씨는 “황우석 쇼크는 올 해 최대 사건인데 논술고사나 면접시험에 나올 가능성이야 당연히 높은 것 아니냐”며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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