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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하나를 보고 열을 아는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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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하나를 보고 열을 아는 어른들

입력
2005.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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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시작부터 눈이 자주 온다. 남쪽 지방은 최근 거의 매일 내리다시피 했고 서울도 심심찮게 눈이 내린다. 서울의 눈은 내리는 양이 많지 않다보니 길에 내린 것은 자동차들이 오가며 녹여 버리고, 마당이나 아파트 단지 안의 것은 빗자루로 쓸어 버린다.

어린 시절 우리집 헛간에는 이런 저런 농기구들 가운데 겨울에 눈을 치울 때 쓰는 넉가래가 따로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세 개가 구석에 서 있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무릎 높이까지 눈이 쌓이면 아버지가 제일 먼저 눈을 치는 길이 우물길이다. 그 다음 김칫독을 묻어놓은 마당가로 나가는 길을 치고, 우리가 학교로 가는 길을 친다.

이 때면 동네 어른들 모두 넉가래를 들고 큰 길로 나온다. 삽을 들고 나오는 사람도 있지만 마을 어른들이 그 모습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에 살며 집안에 넉가래 하나 따로 장만하지 않고 삽으로 눈을 치는 이웃을 마을 사람들끼리도 신뢰하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히 삽과 넉가래의 차이가 아니라 그런 사람은 같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일년 내내 남의 집에 이런저런 농기구를 빌리러 다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하나를 보고 열을 알았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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