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월급 생활자들은 각종 영수증과 고지서에 적힌 숫자에 민감해진다. 1년 동안 낸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환급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삶의 질과 직결되는 자신의 건강 숫자에는 둔감한 경우가 많다. 세금 환급 몇 푼 더 받자고 안간힘을 쓰면서, 억만 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건강에는 소홀한 것이다.
올해는 연말정산도 좋지만 차분히 자신의 건강 정산을 해보는 건 어떨까. 혈압을 비롯해 콜레스테롤, 혈당, 비만, 간 등 건강상태의 지표가 되는 수치를 판독하는 방법을 알아두면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 체중/ BMI 25이하 유지를
연초에 비해 체중이 증가했다면 비상사태다. 몸무게는 건강상태를 알아보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수치다. 체지방량이 늘어나면 어떤 질병에든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 특히 BMI(체질량지수ㆍ체중(㎏)/키의 제곱(㎡))가 25㎏/㎡ 이상이면 비만치료가 필요한데, 남성은 22.5㎏/㎡, 여성은 21.5㎏/㎡가 정상 평균 수치다.
이를 계산하기가 어렵다면 허리둘레 치수만이라도 수시로 재야 한다. 비만 가운데서 건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복부비만이기 때문이다. 남자는 36인치 이상, 여자는 32인치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볼 수 있다. 비만여부를 판정하는 체지방량은 남성은 10~18%, 여성은 20~25%가 정상 범위다. 체지방량이 정상수치보다 높으면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각종 합병증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
기초대사량을 체크하면 보다 완벽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별로 식사량이 늘지도 않았는데 나잇살이 생기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성장호르몬이 줄고 근육량이 감소하면서 기초대사량이 해마다 약 1%씩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기초대사량을 고려해 운동 및 식이요법 계획을 세운다면 훨씬 효과적인 다이어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간/ 간 효소 30IU/L 보다 낮게
간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간 효소(AST, ALT/일명 GOT, GPT)검사다. AST, ALT는 간세포 내에 있는 효소로, 간세포가 망가지면 혈액 속으로 흘러나온다. 따라서 혈액 속에 이 두 효소의 수치가 높을수록 간세포가 많이 손상됐다는 뜻이므로, 30IU/L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보통 간 수치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간 수치는 병의 경중과 무관할 때도 많다. 이 수치는 단지 현재 세포가 얼마나 파괴되었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세포가 이미 모두 파괴돼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발전해도 간 수치는 정상인 경우도 있다.
◆콜레스테롤- LDL 150 이하, HDL 60 이상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게 나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콜레스테롤량의 총합도 중요하지만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의 비율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이 150㎎/㎗을 넘어서거나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이 60㎎/㎗ 이하라면 당장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LDL은 혈관벽에 쌓여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위험하다. 반면 HDL은 혈액 및 조직 속에 있는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배출하므로 높을수록 좋다.
따라서 무조건 지방이 든 음식을 먹지 않는 것보다는 동물성 지방을 줄이고 적당량의 식물성 지방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
◆혈압 - 수축기 120 미만. 이완기 80 이상
심장이 혈액을 밀어낼 때의 압력인 수축기(최고) 혈압과 심장이 혈액을 밀어내기 직전에 한껏 늘어난 이완기(최저) 혈압은 120㎜Hg 미만/80㎜Hg 이상이 정상범위다.
최고 140㎜Hg/최저 90㎜Hg 이상은 혈관이 터지거나 막힐 확률이 높으므로 치료가 필요하다. 이보다 약간 낮더라도 안심은 금물이다. 정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혈관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고혈압이었다가 꾸준한 운동 등으로 혈압이 정상치로 내려왔다고 해서 혈압약 복용을 끊어서도 안 된다. 고혈압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혈압 조절약 복용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다. 약을 먹어 혈압이 정상이 돼도 의사의 별도 지시가 없으면 절대로 임의로 끊어서는 안 된다.
◆혈당 - 110~140이 적정
혈당 수치는 저녁식사 후 10시간이 지나 아침 공복일 때 110㎎/㎗, 식후 2시간 후 140㎎/㎗ 미만이면 정상이다. 반면 공복일 때 120㎎/㎗ 이상, 식후 2시간 후 200㎎/㎗ 이상이면 당뇨병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혈당은 섭취물과 활동 정도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내분비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만큼 서너 차례 더 검사를 할 수도 있다.
당뇨병은 성인 실명(失明)을 비롯해 뇌졸중, 심장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극단적인 상황을 막으려면 식사, 운동, 약물투여, 기분상태에 따라 하루에 4회 정도 혈당을 측정해 적정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전과 식사 후 2시간 뒤에 각각 한번씩. 그리고 운동할 때에는 운동 전, 운동 중간, 운동 종료 2시간 뒤에 모두 혈당을 측정해 운동 중 저혈당으로 인해 쇼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운동 전 혈당치가 100㎎/㎗ 미만이면 우유 1잔을 마셔 혈당을 높인 뒤 운동을 시작하고, 250㎎/㎗ 이상이면 걷기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도움말=강남베스트클리닉>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메디컬일러스트=박성남 medical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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