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ㆍ호남지역 눈폭탄에 산업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공장은 아예 생산 라인이 멈춰 선 상태고 제품을 만들어낸 공장조차 길이 막혀 제품을 제 때 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물류대란이 벌어져 크리스마스 및 연말 특수도 기대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선 휴대폰 통화도 어렵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시 광산구 하남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21일 오후3시부터 22일 오후6시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냉장고와 에어컨, 청소기 등 가전제품 생산라인이 일제히 멈춰 서 약 100억원의 매출 피해가 발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폭설로 인해 직원들이 출근할 수 없는 상태인데다 협력업체 부품 조달 등도 원활하지 않아 하루 휴업키로 했다”고 밝혔다.
냉장고를 생산, 수출하고 있는 대우일렉 광주공장도 21일 오후 라인을 멈췄다가 22일 오후부터 일부 생산 라인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주변 도로가 꽉 막히는 바람에 제품을 광양항으로 보낼 수 없어 공장 내에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 소룡동에 자리한 GM대우차 군산공장도 21일 야간조 작업을 진행하지 못해 500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상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라세티’와 ‘레조’는 주로 미국 및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스포티지’와 ‘봉고3’ 및 대형버스 등을 생산하고 있는 기아차 광주공장도 공장은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목포항으로 가는 도로가 마비돼 선적에 차질을 빚고 있다. 21일 150대의 수출용 차량이 선적되지 못한 채 광주공장 출하장에서 밤새 내린 눈을 맞았다. 22일 오전에도 수출용 차량이 목포항으로 떠나지 못했다.
연말 성수기를 맞은 택배업계와 유통업계는 물류대란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다. 대한통운과 CJ GLS 등은 목포, 해남, 정읍 등의 택배 및 화물 운송이 2~3일 정도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평소 호남 지역에서 하루에 1톤 트럭 100대분을 배송하고 있는 CJ GLS는 눈사태 이후 하루 20~30대분 밖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광주점도 평소의 50% 정도의 배송 물량만 소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길이 막혀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게 돼 연말 성수기를 노렸던 유통업체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부 지역에선 휴대폰 통화도 어렵다. 광주와 전남 화순 및 제주 지역에 있는 이동통신사의 광중계기 10여개가 눈보라로 인해 작동이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폭설로 접근 자체가 어려워 수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도 공사가 중단됐다. 광주시 용봉동 쌍용건설 아파트 공사 현장(730가구)은 이날 교통난으로 인부 90%가 출근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다. 일부 토목건설 현장에선 열흘 이상 공사를 못하고 있는 곳도 있다.
중소기업청은 폭설로 광주, 목포의 126개 중소기업에서 146억여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건축물 파손으로 인한 피해가 9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계설비(46억원), 원재료 손상(5억9,000만원), 완제품 파손(4억1,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광주 광산구 하남동의 럭키산업 자재창고 500여평이 무너졌고, 전남 장성군 장성읍 수산리 해양바이오산업 연구원 안의 시설물 3곳도 붕괴돼 4억2,000여 만원의 피해가 났다. 광주시 및 중기청 관계자는 “폭설로 인한 통신 두절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피해액이 상당한 데다 아직도 눈이 내리는 지역이 많아 전체 피해액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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