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모임이 이어지는 연말연시.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각종 모임의 총무나 간사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은 골머리를 앓게 된다. 삼겹살 집을 잡자니 성의가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파격적인 모임 장소를 고르자니 위험 부담이 두렵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대미를 장식할 송년회를 좀 이국적으로 즐겨보는건 어떨까. 국내에서는 이미 베트남 태국 음식 등이 인기를 끈데 이어 최근에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베트남
쌀국수로 대표되는 베트남 음식은 담백하고 허브를 많이 쓰는 것이 특징이다. 동남아 음식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에 소개돼 보편화해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호아빈(43개), 포호아(23), 포베이(33), 포타이(16) 등 베트남 음식점 150여곳이 성업 중이다.
베트남 음식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양지차돌 쌀국수’와 ‘월남쌈’. 쌀국수(포)는 육수를 만드는 고기와 야채의 종류에 따라 맛과 향이 다양하다. 육수는 보통 오향, 정향, 산초, 계피 등의 한약재를 넣어 쇠고기를 우려낸 것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취향에 따라 숙주나물이나 레몬즙, 칠리소스 등을 곁들여 먹는다.
호아빈의 쌀국수 가격은 한 그릇에 9,500원. ‘고이꾸온’이라고 불리는 월남쌈은 종이처럼 얇게 만든 쌀 반죽을 뜨거운 물에 담근 후 생야채, 새우, 다진 고기 등을 싸먹는 요리. 여기에 땅콩소스 ‘타레’, 생선소스 ‘느억맘’ 등을 찍어먹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2만~2만5,000원 선.
●태국
태국 음식은 맵고, 짜고, 신 맛이 많이 나는 자극적인 양념을 많이 쓴다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는다는 평이다. 현재 서울ㆍ경기 지역에 타이오키드(3개), 파타야(3), 살리타이(4), 에프터더레인(2), 아로이아로이 등 30여개의 태국 음식점이 있다.
타이오키드의 대표 메뉴는 ‘톰얌꿍’과 ‘팥타이꿍’. 끓이다는 뜻의 ‘톰’, 맵고 신 야채를 뜻하는 ‘얌’, 새우를 뜻하는 ‘꿍’이 결합된 톰얌꿍(1만4,000원)은 이름 그대로 신 맛이 나는 식물과 라임 잎, 고추, 천연허브 등을 새우와 함께 넣고 끓인 수프.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자꾸 찾게 된다는 평이다. 팥타이꿍(1만3,000원)은 새우를 넣고 볶은 태국식 쌀국수로, 땅콩가루와 버무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필리핀
필리핀 음식의 특징은 열대 과일과 해산물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다는 데 있다. 특히 토속 음식에 일본, 미국, 중국, 스페인 등 여러 나라 음식문화가 결합돼 있다. 국내에는 경기 일산의 마이닐라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펄팜, 종로구 혜화동의 델몬트 등이 필리핀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인 ‘핫폿’은 뜨거운 냄비에 육수를 붓고, 감자 옥수수 쌀국수 브로콜리 등과 해산물을 넣어 먹는 것으로, 샤브샤브와 비슷하다. 1인분 6,000~8,000원 선. 튀긴 돼지족발 요리인 ‘크리스피 파타’(9,500원)는 돼지족발과 12개 이상의 한약재를 함께 넣고 삶은 뒤 올리브유에 튀겨낸 것으로, 술 안주로 그만이다.
●인도ㆍ터키
동남아 요리는 아니지만, 좀더 이색적인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인도와 터키 음식을 추천한다. 인도 고유의 재료와 향신료를 이용해 만든 다양한 커리(1만5,000~2만원)에다 인도 고유의 화덕인 ‘탄두리’에 붙여 만들어낸 빵인 ‘난’을 찍어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또 닭고기에 매콤한 소스를 발라 탄두리에 구운 ‘탄두리 치킨’(2만원)도 인기 메뉴다.
여기에 인도식 요구르트 ‘라씨’를 디저트로 곁들여도 좋다. 국내에는 강가(6), 커리포트(10), 델리(7), 인디아게이트(3) 등의 인도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 사원 옆에 있는 ‘살람’에서는 터키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양고기를 갈아 매콤하게 양념해서 오븐에 구운 뒤, 칼로 저며 야채와 밀병에 싸먹는 ‘아나다 케밥’. 여기에 향이 진한 터키 차나 직접 발효한 요구르트를 곁들이면, 색다른 터키 음식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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