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30 리포트 예뻐지고 싶은 남자들/ (上) '얼짱', 더 이상 남 얘기 아니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30 리포트 예뻐지고 싶은 남자들/ (上) '얼짱', 더 이상 남 얘기 아니죠

입력
2005.12.21 00:00
0 0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은 더 이상 여자들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주름잡는 꽃미남 스타들 얘기가 아니다.

몸매를 가꾸기 위해 매일 헬스클럽에 드나들고, 여드름 자국을 제거하고 코를 세우기 위해 수백만원대의 미용시술을 받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20,30대 남성들의 얘기다.

명품 의류에 쏟아 붓는 수백~수천만원이 아깝지 않은 이들은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고 믿어온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자신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까지도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을 3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20대 초반의 직장인 김진호(가명)씨는 부리부리한 쌍꺼풀과 크고 펑퍼짐한 코 때문에 종종 동남아시아인으로 오해를 받아 왔다.

첫인상이 ‘느끼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온 그는 오랫동안 남 모를 콤플렉스와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일단 상담이나 받아보자며 지난달 무작정 성형외과를 찾은 김씨는 희소식을 들었다. 쌍꺼풀을 만드는 수술뿐 아니라 쌍꺼풀을 줄여 눈을 귀엽게 만들어 주는 수술도 있다는 것. 내친 김에 코도 갸름하게 세우기로 한 그는 지난달 수술을 받았다.

“부모님은 ‘남자가 일 잘하고 성실하면 됐지, 연예인도 아니고 무슨 성형수술이냐’고 핀잔하셨지만 저는 대만족입니다. 남자의 외모도 경쟁력이잖아요.”

쌍꺼풀 110만원에 코 수술 240만원. 초년병 직장인에게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는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 성형수술 받는 남자들

여성과 일부 연예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성형수술이 우리 주변의 평범한 남성들에게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촌에는 김씨처럼 남모르는 고민을 해결하려 몰려든 남성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해 2년 전부터는 남성전용 성형외과가 속속 등장, 강남역 부근에만 4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에서는 1994년 65건이었던 남성 성형 건수가 2004년 202건으로 10년 새 3배 이상 늘어났다.

체육교사 정민철(36ㆍ가명)씨. 건장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햇볕에 노출되다 보니 피부는 새까맣게 탔고 눈 밑엔 다크서클과 자글자글한 주름이 자리잡았다.

누가 봐도 40대 중반은 돼보이는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영감’으로 불린다.

“수술까지 할 것 있나 싶다가도 애들이 하도 놀리니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외모 때문에 인기가 없나 싶기도 하고….” 그는 올 초 겨울방학을 이용해 눈 밑 주름제거 수술을 받았다. 환해진 인상 덕에 어깨도 활짝 펴졌다.

젊은 대학생들의 성형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해외 어학연수를 준비 중인 모 명문대 학생 이수용(22ㆍ가명)씨는 평범한 얼굴이지만 광대뼈와 턱이 유난히 발달해 투박한 인상을 주는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여학생들에게 여러 번 퇴짜를 맞은 것도 인상 때문으로 생각한 그는 지난달 각각 450만원과 500만원을 들여 광대뼈와 턱뼈를 깎는 ‘안면윤곽술’을 받았다.

“솔직히 제가 학벌이나 능력은 다 괜찮은데 외모가 좀 빠지는 것 같아요. 외국 가기 전에 받아야 주변에서도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아 출국 전에 서둘렀습니다.”

■ 백옥피부를 향해

예뻐지고 싶은 남자들은 여성만의 미덕이었던 탱탱하고 매끄러운 ‘백옥피부’까지 넘보고 있다.

경락과 피부관리를 받기 위해 21일 서울 무교동의 남성전문 스킨케어실을 찾은 회계사 겸 경영컨설턴트 강모(36)씨.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귀공자풍 외모를 지닌 그는 70만원짜리 쿠폰을 끊어 회당 7만원짜리 경락과 스킨케어를 주1회 받고 있다.

“둥글둥글하던 얼굴 모양이 턱선이 살아나면서 또렷해졌어요. 나이 들면서 생긴 볼의 심술살이 ‘리프트 업(lift up)’ 되면서 얼굴도 탱탱해져 요새는 거울 보는 맛이 납니다.”

강씨는 “가끔 ‘남자가 무슨 피부관리냐’는 말도 듣지만 외모에서 오는 자긍심도 중요한 자산 아니냐”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박준(26)씨도 여드름 흉터와 울긋불긋 침착된 색소를 제거하기 위해 유명 피부과에서 프락셀 레이저 시술을 받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도입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락셀 레이저는 회당 120만원이나 드는 고가시술이다.

“귤껍데기 같은 피부를 볼 때마다 신경질이 났어요. 이것 때문에 취업이 안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시술비 때문에 당분간 아르바이트를 계속해야 하지만 피부가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 흡족합니다.”

■ 대머리를 극복하라

젊은 남성들은 더 이상 대머리를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성미 넘치는 성격인 4년차 직장인 안모(29)씨는 “이마가 넓어졌다”는 말을 들을 때면 호탕하게 웃어 넘기지만 2개월 전부터 남몰래 탈모 클리닉에 募構?있다.

지방 출신으로 씀씀이가 알뜰한 그이지만, M자형이 점점 확연해지는 머리에는 주저 없이 50만원을 쏟아부었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대부분 사람 만나는 일인데 당연히 외모가 중요하죠. 일단 머리카락이 빠지면 아무리 얼굴이 잘생겨도 소용이 없잖아요. 저도 제 나이답게 젊게 보이고 싶어요.”

안씨는 “남자까지 외모로 평가하는 세태가 씁쓸하기는 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데 따를 수밖에 없지 않냐”고 허탈하게 웃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 "사회가 '예쁜남자' 부추긴다"

최근 병ㆍ의원에 찾아오는 성형 상담자 중 30~40%는 남성이다.

여성들이 쌍꺼풀 수술이나 유방확대수술을 주로 문의하는 데 반해 남성들은 코 수술이나 눈 안쪽 끝의 몽고주름을 없애 눈이 커보이게 하는 매직앞트임 수술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피부과에서 여드름자국 제거 치료를 받거나 기미 등 각종 색소질환 치료를 받는 환자도 30% 이상이 남성이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형외과는 매년 20~30%, 에스테틱(피부미용관리)은 70~8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서울 명동 M성형외과 권봉식 원장은 “요즘 성형외과를 찾는 남성들은 의외로 평범한 서민들이 대부분”이라며 “점점 남성의 외모를 평가하는 시대가 되면서 취업이나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물론, 미용 그 자체를 위해 수술을 받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평론가 강명석씨는 “사회가 남성들에게 아름답게 꾸밀 것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터넷의 발달과 여성들의 지위 향상으로 남성들의 비주얼한 측면이 큰 관심사가 되면서 남성들의 욕구도 변화하고 있다”며 “남성들의 예뻐지려는 노력은 이런 시대적 흐름과 사람들의 변화한 인식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