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바람몰이 대(對) ‘킹콩’의 뒤집기.
크리스마스 대목이 낀 주말을 앞두고 ‘태풍’과 ‘킹콩’이 2차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주말의 승자는 ‘태풍’. 전국에서 180만1,000여명의 관객을 쓸어모으며 개봉 첫 주 관객 동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킹콩’이 100만 명에 못 미치는 85만 명에 그친 것에 비교하면 압도적인 우위다.
그러나 각기 540개 스크린과 354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두 영화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더군다나 ‘킹콩’은 180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이 흥행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와이드 릴리스 형식의 배급 현실을 감안한다면 외형상의 수치와는 별개로 지난 주 두 영화의 맞대결은 일종의 탐색전. 승부는 이번 주부터다.
두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입 소문이 슬슬 돌기 시작했고, 영화의 장기 흥행을 점칠 수 있는 드롭율(영화의 관객수치가 전 주에 비해 얼마나 줄었나를 보여주는 지표)이 나오기 때문이다. 배급의 힘이 아닌 영화만의 진검 승부가 시작된 것.
‘태풍’의 투자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첫 주 1위의 기세를 수성을 위한 공세로 적극 이어갈 방침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인 드림웍스가 ‘태풍’의 미국 배급에 나서기로 한 것도 호재로 생각하고 있다. 황기섭 홍보팀 대리는 “대작이라는 외형을 강조하며 북한 어린이 돕기 행사 등을 통해 감동 코드를 전파하는 것이 ‘태풍’의 마케팅 전략”이라며 “이번 주도 1위를 차지하면 흥행의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킹콩’은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눌렀으나 5,020만 달러에 그친 미국 개봉 첫 주말 성적에 다소 의기 소침한 상태. 하지만 ‘킹콩’과 유사하게 상영 시간이 길었던 ‘타이타닉’이 2주차에 더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 기록을 깼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입 소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태풍’과 ‘킹콩’의 사활을 건 흥행 전선에 숨은 변수도 있다. 각기 300만 관객과 230만 관객을 돌파하며 두 대작에 주눅들지 않은 ‘해리 포터와 불의 잔’과 ‘광식이 동생 광태’의 선전이 이번 주에도 예상되며, 송일국과 손예진의 코믹 연기가 돋보이는 ‘작업의 정석’(22일 개봉)도 복병으로 예상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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