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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언 목사 "내 아들 걷는 꿈 접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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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언 목사 "내 아들 걷는 꿈 접어야 하나…"

입력
2005.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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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에 삶의 희망을 건 수많은 장애인들. 지금 그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다.

황 교수의 줄기세포 2번. 진위 논란의 핵심에 있는 줄기세포 2번의 주인공은 척수장애를 가진 열두 살 초등학교 5학년 소년이었다. 황 교수는 여러 차례 이 소년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 소년이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보는 것은 수많은 장애인들의 꿈이었다.

이 소년의 아버지는 목사다. 경기 시흥시 늘새롬교회의 김제언(43) 목사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통스런 심경을 처음 털어놓았다. 그의 아들은 2002년 8월 어느날 밤 귀가하던 길에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어 휠체어를 타고 있다. 김 목사 가족은 그해 가을 황 교수를 처음 만났다.

“선생님은 아들에게 ‘내가 반드시 널 일으켜 세워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 목사의 아들은 황 교수팀에게 체세포를 주었고, 소년의 어머니는 기꺼이 난자를 제공했다. 김 목사도 황 교수의 요청으로 서울대 기관윤리위원회(IRB) 위원을 맡았다.

김 목사는 줄기세포 의혹이 시작되기 전까진 추호도 줄기세포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다 9일 보도된 MBC PD수첩 방송 며칠 전 한학수 PD로부터 “서울대측에서 준 아들의 체세포와 줄기세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놀랐습니다.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지요. 아들도 어렴풋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아들에게 사실대로 모두 말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김 목사는 방송이 나가기 전 아들에게 “시기는 늦어질 수 있지만 황 교수님이 고쳐준다고 했으니까 믿어보자”고 했다. 아들이 받게 될 상처를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아들이 ‘그럼 난 못 일어서는 거야?’ 라고 묻더군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지만 그 애 심정이 오죽했겠습니까?”

PD수첩이 방영될 당시 김 목사의 아내는 출산으로 산후조리원에 머물고 있었다. 아내에게도 미리 사실을 얘기해주지 못했다. “집사람이 방송을 보고 울면서 전화를 했어요. 그 눈물에 제가 뭐라고 대답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도 김 목사는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이 진실인지 몰라 답답합니다. 황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당했을 뿐,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잖아요. 줄기세포가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설사 없더라도 황 교수가 원천기술은 보유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아직도 신뢰를 갖고 싶어요.”

황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아들에 대한 임상실험도 제안했다고 한다. 작년 10월 황 교수는 “내년 5월쯤 수술을 하자”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임상실험은 수 차례 연기됐다. “그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황 교수가 연구로 워낙 바쁘기도 하고 이게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니까요.”

김 목사는 황 교수가 왜 이런 상황까지 몰고 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논문은 1~2년 늦게 발표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루 아침에 아들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요즘 뉴스를 보기가 겁이 납니다. 제가 바라는 건 진실이 하루라도 빨리 밝혀지는 겁니다. 그리고 황 교수님도 진실을 말해주길 기다립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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