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립학교에서 ‘지적 설계론’을 가르치는 것은 위헌이라는 연방 법원의 판결이 20일 나왔다. 창조론과 유사한 지적 설계론을 교과 과정에 넣는 것은 공립학교에서 종교 교육을 금지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판결의 골자다.
이 판결로 1990년부터 지적 설계론을 공교육 과정에 편입시키려던 미국 내 기독교 보수파들의 시도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 이번 판결은 조지아주와 캔자스주 등에서 일고 있는 지적 설계론 공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존 존스 연방 지법 판사는 이날 “지적 설계론이 과학인가라는 문제를 살펴본 결과, 과학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6개월 간의 법적 공방을 마무리 졌다. 위헌 판결을 내린 존스 판사는 공교롭게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이다.
앞서 연방 대법원은 1987년에도 공립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치는 것은 “종교에 기초했다”며 루이지애나주가 창조론을 과학 교과 과정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었다.
이번 공방은 지난해 11월 펜실베이니아주 도버 지역 교육위원회가 진화론과 함께 9학년(고교1학년) 이하 학생들에게 지적 설계론을 가르치도록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학부모 11명이 소송을 제기, 반발하자 교육위원회측은 진화론은 이론이기 때문에 생명의 근원에 대해 다른 이론도 있다는 것을 알 권리가 학생들에게 있다고 버텼다.
미국 진화론자와 창조론자 사이의 최초 논쟁은 25년 ‘스코프스 원숭이 재판’에서 시작했다. 존 T. 스코프스라는 생물학 교사가 진화론 교육을 금지한 주법을 어긴 혐의로 벌금 100달러를 선고 받자 진화론자들이 법정 싸움을 통해 1967년 “반진화론 교육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끌어냈다.
2000년대 들어 창조론자들이 지적 설계론을 다시 제기하면서 미국 여러 주의 교과 채택 과정에서 논란이 돼 왔다. 최근 들어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기독교 보수파들의 지지를 업고 진화론과 함께 지적 설계론을 포함한 다른 대안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 논란을 증폭시켰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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