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바꿔치기 논란이 시작되고 공동연구자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2005년 5월 사이언스 논문 공저자 25명이 도대체 어떤 역할을 했고, 어디까지 연구에 직접 참여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공저자 중 일부는 뚜렷한 역할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본사는 공저자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거의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거나 말을 하지 않았다.
◇1저자 황우석 - 서울대 수의대 석좌교수. 연구의 기획, 지휘, 공동연구 관리 등 총괄 책임자. 연구책임자로서 직접 세포를 만지는 실험을 하는 것은 아니며 매일 아침 세포의 배양 상태를 현미경으로 확인하고 실험을 지시했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미즈메디 것으로 바뀌었고, 이 사실을 11월 18일 알았으며, 바꿔치기의 주범으로 김선종 연구원을 의심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16일 가졌다.
연구 총괄책임자로서 이를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사진 조작에 대해서는 ‘인위적 실수’라고만 해명했고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2저자 노성일 -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난자 제공과 줄기세포 기술지원이라는 핵심적인 공동연구팀의 책임자. 생명윤리법 발효 전인 2004년 말까지 난자를 채취해 황 교수팀에 보냈다.
줄기세포의 존재를 확신하며 황 교수를 두둔해 오다 최근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없고 황 교수가 체세포로 논문을 조작했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19일에는 “논문에 쓰인 난자(185개)보다 훨씬 많은 900개의 난자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김선종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했다는 황 교수의 의심을 일축하며 오히려 “윤현수 교수와 권대기 연구원이 미즈메디 수정란을 서울대로 가져가 환자맞춤형으로 둔갑시켰을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
◇3저자 이병천 - 서울대 수의대 교수. 황 교수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고 동물복제를 담당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특별한 역할이 드러나지 않는다. 진위 의혹이 불거진 후 YTN 기자에게 안규리 교수가 김선종 연구원을 만나러 간다고 말해 인터뷰가 가능토록 다리를 놓았다.
◇4저자 강성근 - 서울대 수의대 교수. 황 교수 왼팔로 줄기세포 연구를 실무 지휘했기 때문에 연구 전반을 소상히 아는 사람으로 지목됐다. 김선종 연구원에 따르면 황 교수가 사진을 늘리라고 지시했을 때 옆에 함께 있었고, 11월 PD수첩팀의 DNA 검증을 위해 5개의 줄기세포 시료를 넘겨주었다. 유전자 조작기술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5저자 권대기 - 서울대 수의대 박사 1년차. 교수급 아래에서는 가장 중요한 줄기세포팀장으로 줄기세포 보관, 반출입 등 관리를 맡고 있다. 바꿔치기가 일어났다면 실무적으로 알만한 위치다.
권 연구원은 줄기세포와 환자의 체세포의 DNA 지문분석과 면역적합성(HLA)검사를 위해 김선종 연구원에게 시료를 넘겨주었고, 김 연구원은 “권 팀장으로부터 받은 그대로 DNA만 추출해 검사기관에 보냈다”고 말해 DNA와 HLA검사 결과가 어디에서 조작됐는지를 밝힐 수 있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러나 언론 인터뷰를 극도로 피하고 있어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최근 노 이사장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권 연구원을 부르자 그는 “이병천, 강성근 교수와 함께 가겠다”고 말해 노 이사장과 실랑이를 벌였다. 신구대를 나와 서울대에 진학했다.
◇7저자 김선종 - 미즈메디병원 연구원(당시)으로 매일 새벽 6시 서울대 실험실로 출근해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줄기세포 사진과 테라토마 사진을 찍고, 시료를 검사기관에 보내는 등 통상 제1저자가 하는 몫을 해냈다.
그러나 PD수첩과 YTN인터뷰에서 말을 바꿨다는 비난과 함께 각종 회유에 시달렸고,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한 장본인으로 의심받으면서도 “줄기세포의 존재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양대 출신으로 9월에 피츠버그대학 연구원으로 떠났다.
◇6저자 김수, 8저자 박선우, 9저자 권희선 - 난자의 핵을 빼내고 체세포를 주입하는 핵치환 실험을 실제로 수행한 서울대 수의대 연구원들. 이들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 초기인 복제 단계를 수행했다. 16일 황 교수가 기자회견을 할 때 회견장에 나온 이들을 가리키며 “줄기세포를 매일 아침 확인한 연구원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수 연구원은 박사과정 2년차로 손재주가 좋아 박을순 연구원이 피츠버그대로 간 후 핵치환 실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건국대를 나와 서울대에 진학했다.
박선우 연구원은 단국대 출신이며 김수 연구원과 함께 줄기세포뿐 아니라 다양한 핵치환 실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희선 연구원은 상명대 출신으로 황정혜 한양대 교수 밑에서 연구하다가 서울대로 옮겨왔다.
◇10저자 이창규 -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유전자에서 특정 부위를 제거하는 녹아웃 기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11저자 이정복, 12저자 김진미 - 미즈메디병원 연구원. 김선종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미즈메디병원으로 갖고 오면 이를 배양해 테라토마 실험(줄기세포를 쥐에 주입해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김 연구원은 “서울대 실험실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며 “서울대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를 어떻게 키웠는지, 인간 영양세포를 썼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13저자 안규리 - 서울대 의대 신장내과 교수. 김선종 연구원으로부터 시료를 받아 줄기세포와 환자의 면역적합성(HLA)검사를 안 교수팀에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츠버그에서 김선종 연구원을 인터뷰한 YTN과 동행했고 황 교수를 신뢰한다는 발언을 거듭했으나 최근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14저자 백선하 - 서울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
◇15저자 장상식, 16저자 구정진 - 한나산부인과 원장 부부. 노성일 이사장의 난자 제공이 끊긴 후인 1~2월 황 교수팀에 200개의 난자를 제공했다.
장 원장은 19일 “배반포까지 배양된 복제배아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자녀 사망 후 줄기세포 연구에 뛰어들었다고 알려졌다.
◇17저자 윤현수 - 한양대 의대 교수. 2004년까지 미즈메디연구소 소장으로 박종혁 김선종 연구원의 연구를 지시 감독했다. 미즈메디병원에서 테라토마 실험을 위해 김 연구원이 갖고 온 줄기세포를 쥐에 주입했다.
그는 PD수첩에 줄기세포를 넘겨준 현장에 있었고, YTN이 김선종 연구원을 인터뷰한 호텔에도 동행했다. 20일 학회 참석 후 귀국한 윤 교수는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에 대해) 오해를 받는 데 괘념치 않으며 조사위에서 소상하게 밝히겠다”며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와 수정란 줄기세포는 육안으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배반포 배아를 보았다고 해서 환자맞춤형 복제배아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18저자 황정혜, 19저자 황윤영 -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한양대병원에서 난소 적출 수술 후 남은 난자 일부를 제공했으나 신선하지 않아 실험이 잘 안 돼 실제 제공한 난자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황 교수의 연구가 한양대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를 통과할 수 있도록 애썼다. 2004년 황우석 교수 연구에서 황정혜 교수는 공동저자로, 황윤영 교수는 특허신청에 이름이 올랐다.
황윤영 교수는 “지금은 상황이 너무 복잡해 일절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했다.
◇20저자 박예수 - 한양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
◇21저자 오선경, 22저자 김희선 -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소속 연구원.
◇23저자 박종혁 - 피츠버그대 의대 연구원. 황 교수의 실험에 문제가 생기면 메일로 사진을 받아 섀튼 교수와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출신으로 미즈메디병원에서 피츠버그대학으로 갔다.
◇24저자 문신용 -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2004년 세포응용연구사업단 단장으로 황 교수 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했으며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교신저자로 올랐다. 현재 황 교수와 거리를 두고 있으며 20일 “2004년 황 교수 논문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저자 제럴드 섀튼 -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 연구의 흐름을 제시하고 논문을 손 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섀튼 교수가 논문의 조작 여부를 알았는지, 그가 논문 작성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여부가 관심사다. 그를 조사 중인 피츠버그대는 섀튼 교수를 중징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김희원 기자 hee@hk.co.kr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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