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에게 2005년은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한 한 해였다.
청계천 특수에 힘입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물론 고건 전 총리까지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이명박 서울시장이 있는가 하면,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에 휩쓸려 지지도 5%대로 추락한 정동영 통일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여권 후보들도 있다. 지난 1년 각종 여론조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춤추는 듯한 지지도 속에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민심을 얻으려면 실적을 남겨라”는 것이다.
이 시장은 가장 극적인 지지도 반전을 이뤘다. 지난해말 9%대에 불과했던 이 시장은 지난 1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 25.6%를 얻어 고건 총리(23.8%)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한나라당내 경쟁자인 박 대표(16.5%)와도 10% 포인트 이상 벌려놓았다.
이 시장의 지지도는 청계천 효과에 힙 입은 바 크다. 10월1일 청계천이 개통된 이래 1,00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하루 평균 17만 명씩 전 국민의 1/5이 청계천을 찾은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잦은 말 실수와 공허한 연정론 공방에 식상해 있던 민심이 ‘실적’을 보여준 이 시장에게 대거 몰려간 것이다.
청계천 효과가 계속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이미지 정치가 강세를 보이던 우리 정치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 것만은 분명하다. 여론조사에서도 어느 대선주자건 성과를 내면 지지도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박 대표만 하더라도 4ㆍ30 재보선 완승, 10ㆍ26 재선거 승리를 이끈 뒤에는 지지율이 올라갔다. 정 장관 역시 올들어 한 자릿수 지지율이라는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9월말 6자회담 공동성명 채택 후 9%대로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역으로 주무장관으로서 양극화 해소 등에 대해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김 장관이나 청계천 효과에 눌린 손학규 경기지사 등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시장의 약진은 ‘고건 신드롬’을 낳으며 10월초까지 1년 넘게 1위를 고수하다 2위로 밀려난 고 전 총리의 지지율 정체와 대비된다. 고 전 총리는 노 대통령에 대한 커지는 실망감속에 새로운 유형의 안정적 리더십으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이 시장의 공세적 행보에 비해 침묵과 신중함으로 일관하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고 전 총리가 내년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박 대표의 사학법 개정 반대투쟁에서도 이명박 시장을 의식한 적극적인 행보와 신년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의욕이 읽힌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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