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朴대표 '양날의 칼'/ 사학법 장외투쟁 진두지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朴대표 '양날의 칼'/ 사학법 장외투쟁 진두지휘

입력
2005.12.21 00:00
0 0

“박근혜 대표는 요즘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기관차를 연상케 합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이 21일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 대표를 향해 던진 말이다.

다른 의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사나흘 후면 등원할 줄 알았는데 열흘 이상 끌고 가는 박 대표의 결기에 놀랐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 회의석상에선 등원의 ‘등’자도 꺼내기 힘들다는 전언이다. 누군가 당 밖의 분위기를 전하며 등원론을 언급하면 박 대표는 대답 없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것으로 논의는 끝이다.

박 대표의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사학법 개정을 좌파 등 이념 문제와 연계시킴으로써 박 대표 스스로 완고한 보수색채를 덧칠하고, 노무현 대통령에 실망해 한나라당 쪽으로 돌아서려는 중도 성향의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시각이 있다.

또 사학법 개정안 통과과정에서 나타난 당의 엉성한 대응에 이은 느닷없는 장외 강경투쟁은 박 대표의 리더십이 아직은 설익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장외투쟁이 열흘을 넘기면서 “박 대표가 간단치 않다”는 지적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강공 드라이브가 박 대표에게 무조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는 견해로 이어진다.

비주류의 한 중진은 “이번 장외투쟁으로 박 대표가 야당의 중심인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황우석 교수 파동에 가렸지만, 서울과 부산의 장외규탄대회는 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해 저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내의 반발을 가라앉혔고, 최소한 당원들에게는 강력한 리더십을 확실히 각인했다는 얘기들이다.

다른 한편으론, 장외투쟁이 없었다면 연말 정국은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를 앞지르며 1위에 오른 이명박 서울시장이 주인공이 됐을 공산이 컸다. 하지만 지금 정국의 핵심 인물은 어디까지나 박 대표이다. 여기에다 박 대표는 투쟁 속에서 종교계 및 보수세력과 교감 폭을 넓히는 부수적 효과도 거뒀다.

박 대표에게 있어서 사학법 정국은 최대 승부처다. 연착륙할 경우 당을 더욱 확실히 장악, 지방선거와 대선까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심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양날의 칼을 쥔 셈이다. 하지만 측근들조차 “출구가 안 보인다”고 할 정도로 상황은 녹록치 않다. 박 대표의 정치력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