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을 비롯해 현대건설과 쌍용건설 등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마쳤거나 졸업을 앞둔 대형 건설사들의 인수ㆍ합병(M&A)이 내년도 건설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시가 총액만 9조5,300억원(현대건설 4조6,000억원, 대우건설 4조5,000억원, 쌍용건설 4,300억원)에 달하는 이들 3개 건설사는 국내ㆍ외에서 한국 건설을 대표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 외환위기 이후 워크아웃을 거치며 부실을 털어내고 내실을 갖춘 우량 건설사로 거듭난 공통점이 있다.
●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워크아웃중인 현대건설 인수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힘에 따라 그룹 인수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소문은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모태 기업인 만큼 그룹이 정통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적 호재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면서 인수가격이 복병인 상태.
인수 유력 후보인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재 현대건설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 건설사인 엠코를 만든 것이 현대건설 인수보다는 자체 건설사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움직임이 나올 경우 주가가 급등, 인수가격이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인수 계획을 숨기려는 연막 전술이라는 설도 있다. 현대차그룹이 막판에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군인공제회와 교원공제회,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 등도 인수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 대우건설
대우건설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대주홀딩스, 금호그룹, 두산그룹, 군인공제회 등 10여개 회사 가운데 한곳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대우건설 우리사주조합도 인수에 참여키로 했지만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자본력이 크고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대기업을 인수 적격자로 평가하고 있어 종업원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자금 확보면에서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대주홀딩스는 대주그룹에서 2,000억원, 외국계 자본에서 6,000억원, 기타법인과 사모투자펀드(PEF)에서 1조4,000억원 등 총 2조2,000여억원의 자금력을 조달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M&A시장에서 큰손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군인공제회는 금호그룹 뿐 아니라 조건이 맞는 전략적투자자(SI)와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건설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 쌍용건설
1999년 3월 워크아웃에 들어가 지난해 10월 졸업한 쌍용건설도 내년 하반기 매각 논의가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M&A와 관련한 향후 방침 등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최대 주주인 우리사주조합 지분(18.91%)과 채권단 매각 지분을 우리사주조합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지분의 24.72%)을 감안하면 종업원 지주회사로 다시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현대ㆍ대우건설에 비해 인수가격이 10분의 1 수준에 그쳐 인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웅진그룹 등 건설업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이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일부 건설사들의 실패한 M&A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비싸게 파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며 “채권단과 건설사 모두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는 M&A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인수합병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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