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빅 이벤트는 없었지만 한국축구의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여자 검객들의 세계 제패 등 낭보가 국내외에서 잇달아 전해지며 국내 스포츠계도 어느 해 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올해 희망과 감동, 그리고 아쉬움을 선사했던 주요 뉴스를 10회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주
한국축구가 올해 만큼 다사다난했던 적은 없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홍역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가혹했다.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마저 좌절될 것 같았던 한국축구는 ‘축구천재’ 박주영(FC서울)의 출현으로 6월9일 쿠웨이트와의 원정경기를 4-0으로 마무리하며 일찌감치 독일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렇다고 답답한 터널을 완전히 빠져 나온 것은 아니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자질 시비가 불거지더니 급기야 ‘본프레레 감독으로는 본선의 호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며 경질론이 대두됐다. 결국 두 달여 간의 고심 끝에 9월말 한국축구는 독일월드컵 순항을 위해 딕 아드보카트라는 새 선장을 맞게 되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움베르투 코엘류-요하네스 본프레레에 이어 3번째로 바통을 이어 받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불과 보름 만에 이란과의 친선경기를 서전으로 장식하며 한국축구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2승1무의 성적을 거둔 그는 활기찬 플레이로 대표팀 감독 수난사에 마침표를 찍기에 충분했다.
“단지 감독 하나 바꿨을 뿐인데…”라는 유행어가 뒤따랐고, 리더십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독이 든 성배’라는 한국 축구 감독 자리를 덥석 안은 그는 첫 소집훈련부터 ‘자가용을 몰고 오지 말라’고 군기를 잡더니 선수들에게 익숙한 시스템을 채택하는 맞춤형 전술로 한국축구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결국 아드보카트 감독은 취임 직후 가진 아시아 최강 이란과의 첫 평가전에서 2-0으로 완승, 한일월드컵 4강 이후 추락의 길을 걷던 한국축구의 위상을 단숨에 돌려놓았다. 이후 유럽의 강호 스웨덴과 무승부(2-2),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완파(2-0), 축구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한국축구의 면모를 일신시킨 아드보카트 감독이 내년 독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재현하며 ‘제2의 히딩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동은 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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