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없더라도 국회를 강행할 기세다. 국회가 공전된 지 열흘이 지난만큼 산적한 현안처리를 명분으로 반쪽국회라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부담감도 없지 않지만 예산안, 이라크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안, 8ㆍ31 부동산대책 후속입법 등 현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명분이 그럴듯하다는 자신감도 보인다. 민생을 명분으로, 한나라당내 온건파를 부추겨 국회로 끌어들이려는 속내도 읽힌다.
우리당 오영식 원내 공보부대표는 20일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주요 법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 “21일부터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당은 당장 이날 민주ㆍ민노ㆍ자민련 등과 공조해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가동했다. 법사위 재경위 과기위 복지위 등도 21일부터 전체회의나 소위를 열기로 했다.
우리당은 또 해외에 체류 중인 소속 의원들에게 귀국령도 내렸다. 정세균 의장도 이날 민주ㆍ 민노ㆍ 자민련과의 4당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폭설피해 대책 수립을 위해 농해수위와 행자위를 열기로 하는 등 한나라당을 자극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공을 들여온 호남민심을 국회정상화 유인책으로 활용한 셈이다.
우리당이 이날부터 반쪽국회를 기정사실화하며 실력행사에 들어간 데는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 주요 법안에 대한 상임위 의결이 끝나야 29, 30일께 본회의 표결을 마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당은 21일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의 추인을 받은 뒤 이 같은 방침을 확정한다. 한나라당을 향해 “국회등원 여부는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의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 한 고위당직자는 “당장은 한나라당을 설득할 여지가 없다”며 “반쪽 국회라도 열어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의 부담감을 느끼고 등원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드러난 강경기류 속에서도 지도부의 눈길은 여전히 물밑협상에 쏠려있다. 한나라당이 지방 장외집회 일정이 끝나는 다음 주말 국회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 등 협상창구의 노력도 여기에 집중돼 있다. 지도부도 일단 상임위는 열어놓고 한나라당을 압박하되, 본회의 표결 처리 전까지 최대한 설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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