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대 조사위원회에 국내는 물론 해외 과학계의 시선이 집중하고 있다.
서울대는 학교의 ‘명운’ 이 이번 조사에 달려있다는 분위기다. 찬바람을 맞으며 오가는 교직원과 학생들의 표정에서는 대학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진다.
당초 황 교수의 논문에 대한 언론의 문제 제기에 소극적이었던 서울대는 마치 검찰 수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강도 높게 황 교수팀을 조사하고 있다. 학교가 내세우는 대표적 학자의 신뢰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한데 이어 자체 재검증에서도 신뢰를 잃을 경우 국제학계에서 이름을 내놓기가 부끄럽게 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다.
줄기세포 배양실에는 24시간 비디오카메라가 돌고, 시료 용기는 봉인되고, 연구원들의 컴퓨터는 압수당했다. 식사를 배달한 음식점 종업원까지 몸수색을 당할 정도다. 조작이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조사위의 허락 없이는 연구원들이 모든 연구자료에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 이같은 강력한 조치는 이번 조사위 활동에 임하는 학교의 의지를 말해준다.
서울대 교수 1,800여명으로 구성된 교수협의회는 20일 “황 교수가 밝힌 논문 작성 과정에서의 인위적 실수는 학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운찬 총장에게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정 총장도 조사위에 전권을 위임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황 교수와 공동 주저자인 제럴드 섀튼 교수에 대한 피츠버그대학의 조사도 서울대에겐 부담이다. 피츠버그 대학은 서울대보다 먼저 조사를 시작했다. 국제과학계는 두 대학의 조사를 비교해 볼 것이다. 수의대의 한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를 국제 학계가 납득하지 못할 경우 서울대는 두번 죽는다” 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대학이 소속 교수의 논문 의혹을 검증하는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대학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일로 본격 조사 3일째를 맞는 조사위는 줄기세포의 목록을 확인하고, 2004년 9월 17일부터 2005년 11월 8일까지 사용된 난자에 대한 사용기록과 테라토마 조직을 확보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이 테라토마 조직은 비교적 충분한 양으로 판단되어 DNA 지문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냉동보관된 줄기세포와 테라토마 조직의 DNA 지문분석을 2~3일 내로 의뢰할 예정이다. 조사위는 일단 22일에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후 배아줄기세포,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 사이언스에 게재된 줄기세포 등을 비교분석할 예정이어서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의 존재 및 원천기술 여부는 연말 안에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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