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잃은 게 더 많은 폭력시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잃은 게 더 많은 폭력시위

입력
2005.12.19 00:00
0 0

“이건 집회가 아니라 정치적 폭동입니다.”

19일 오전 10시 허준영 경찰청장이 리밍콰이(李明逵) 홍콩 경무처장(경찰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 “(한국) 농민 입장에선 농업개방이 걸려 있어 절박한 상황이라 다소 과격했던 점을 감안해 선처해주십시오.” 그러나 수화기 너머 돌아온 답은 단호했다. “단순가담자는 속속 석방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폭력시위자는 철저히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양국 치안총수의 통화는 18일 새벽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폐막을 앞두고 한국의 원정 시위대 850명이 홍콩 경찰에 연행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엇다. 이날의 시위는 죽창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과격시위였다.

상황이 어쨌든 홍콩 사태는 최근 국내에서 잇따르던 일련의과격시위를 세계만방에 극적으로 알린 셈이 됐다. 회의 내내 삼보일배(三步一拜)와 촛불집회를 선보이며 한국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홍콩 시민에게 알려 관심을 이끌었지만 한번의 폭력시위는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국내 사정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동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뒤 숨진 농민이 벌써 2명이다. 경찰 스스로 과잉진압에 대해 일부 시인한 터라 책임을 면할 순 없겠지만 그날의 시위 역시 평화적인 시위완 거리가 멀었다.

농민들의 절박한 처지는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목소리를 높여도 공허한 메아리가 돼 돌아오니 폭력에 대한 유혹을 떨칠 수 없다. “어차피 죽은 목숨 싸워보고 죽자”는 푸념도 들린다. 하지만 폭력은 오롯이 폭력을 부르는 법이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애꿎은 희생자만 늘릴 뿐이다.

지난달 전국농민대회뿐 아니라 이번 홍콩 원정시위에서 시위대는 오히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우리 경찰 역시 마찬가지다. 책임은 분명히 하되 양측이 상생하는 성숙한 시위문화를 기대한다.

고찬유 사회부 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