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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피플/ 76세 英 추리작가 64번째 소설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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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피플/ 76세 英 추리작가 64번째 소설 탈고

입력
2005.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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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 루스 렌들(Ruth Rendell)씨가 최근 64번째 소설을 탈고했다. 한국 나이로 76세이니 가히 노익장이라 할 만하다. 내년 초 출판될 이 작품은 웩스포드 경감이 나오는 시리즈 물의 속편으로 스타일이 “최신식”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다.

렌들씨는 국내에도 독자가 적지 않은 심리 스릴러의 대가. 런던에서 태어나 고교를 졸업하고 지방지 신문기자를 하다가 34세 때인 1964년 웩스퍼드 경감 시리즈 첫 작품 ‘장미 살인’으로 데뷔했다. 이후 지금까지 매년 2편 가까이 작품을 발표하면서 필명을 쌓았다. 영국추리작가협회상과 애드거 앨런 포 상 등 각종 문학상을 두루 받았으며 애거서 크리스티 이후 대표적인 영국 여성 작가로 꼽힌다.

추리소설과 순수문학의 경계에 선 것으로 평가되는 그의 작품들은 22개 국어로 출판돼 2,000만 부 이상이 팔렸고, 일부는 TV 미니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9일 지칠 줄 모르는 다작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AP 통신 기자의 질문에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지요”라고 답했다. “난 서스펜스, 스릴, 미스터리 같은 것이 좋았어요. 제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전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 하지요.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왜 하는지도 궁금하고요.”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범죄를 저지르는 심리적 동기를 치밀하게 천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렌들 작품의 미국판을 내는 크라운 출판사 편집장 스티브 로스씨는 “그녀의 가장 훌륭한 기술은 근본적인 인간 심리학에 대한 통찰, 특히 비틀린 마음의 심리학, 즉 인간 정신의 어두운 측면들에 관한 파악”이라고 지적했다.

근자에 이런 통찰을 담은 작품이 작년 7월에 나온 ‘열 세 계단 아래로(13 Steps Down)’에 이어 올 10월에 나온 ‘눈물의 종말(End in Tears)’이다.

그녀가 늙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모른다. “전 런던과 시골, 그리고 사람들한테 일어난 일, 그리고 지금은 어떤지를 정확히 묘사하려고 노력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가끔 뭔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싸우고 있는데 얼마나 오래 싸울 수 있을지는 또 모르지요.”

그런 싸움의 힘겨움을 지난 10월 미국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쉬운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어떤 때는 스토리를 짜내려고 온갖 궁리를 다해야 한답니다. 어떤 때는 정말 아주 어렵지요.” 나이답지 않아 보이는 외모와는 전혀 달리 목소리에는 주름이 가득하다.

그는 사건 전개를 위주로 하는 범죄물 스타일의 추리소설은 그리 오래 갈 것 같지 않다고 본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탐정소설은 죽어가고 있어요. 부분적으로는 DNA 지문 검색 기술과 CSI 과학수사대 유의 법의학에 완전히 밀려버리고 말았지요. 지금은 실험실에서 너무 많은 부분이 풀려버리니까요.”

렌들씨는 스무 살 때 결혼했다가 25년 만에 이혼한 뒤 2년 만에 재혼한 남편과 1997년 사별한 후 혼자 살고 있다. 아들 하나와 손자 둘이 있다. 규칙적인 생활로 유명한 그는 매일 오전 4시간씩 작품을 쓰고 오후에는 의사당으로 나가 의정 활동(97년에 상원의원으로 임명됨)을 한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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