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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미스터리/ 사이언스 왜 속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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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미스터리/ 사이언스 왜 속았나

입력
2005.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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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2005년 5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논문이 취소될 상황이 되자 논문을 게재한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도 체면을 구겼다.

2004, 2005년 황 교수 기자회견도 주선했고 윤리적 논란이 일었을 때도 “과학적 의미가 퇴색되는 건 아니다”고 고집하던 사이언스였다. 하지만 데이터 조작이 한두 개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도대체 사이언스는 뭘 어떻게 심사했느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17일 도널드 케네디 편집장이 전화 기자회견(teleconference)에서 말했듯 논문심사의 전제는 데이터가 진실하다는 것이고,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한 것을 잡아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말을 100% 수용하기는 어렵다. 그의 말을 뒤집어 보면 “의도적으로 조작하면 사이언스도 얼마든지 속여넘길 수 있다”는 뜻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사이언스의 논문 심사과정은 사실상 서두른 흔적이 보인다. 3월 15일 제출된 황 교수의 논문은 5월 12일 승인, 5월 19일 온라인 게재 등 투고에서 게재까지 2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통상 심사와 수정에 6개월 이상 걸리고, 게재가 결정돼도 한두 달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난치병 환자 등 일반인의 관심을 자극할 게 분명한 황 교수 논문에 사이언스가 욕심을 부렸다는 해석이다. 사이언스나 네이처는 대중매체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연구논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사이언스나 네이처는 다른 학술지와 달리 제출된 논문의 대다수를 심사도 안 거치고 돌려보낸다”며 “학술적 가치판단에 앞서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아예 심사조차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이언스나 네이처를 ‘패션 저널’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또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의 이름값도 한몫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 학계에 발판은 없지만 좋은 연구 성과가 있을 경우 국제학계의 대가와 손을 잡고 공동저자로 논문을 제출하면 저널에서는 대가를 믿고 논문의 성과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학계에서는 ‘대가 업기’라고 부른다. 섀튼이 황 교수의 실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렇다면 그는 대가로서의 조언을 주는 한편 저널과 상대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마당에 사이언스가 가장 원망할 사람은 아마도 믿었던 섀튼일 수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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