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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차별 '불법도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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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차별 '불법도청' 논란

입력
2005.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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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9ㆍ11 테러 이후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일반인들의 전화와 e_메일 등을 광범위하게 도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본권 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도청은 수천명을 대상으로,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행해진 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승인한 것이어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비밀도청을 폭로한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불법적인 기밀공개”라고 비난하며 “도청을 승인한 것은 헌법상의 대통령 권한에 전적으로 합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미국인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충격적인 빅 브라더의 모습”이라고 맹비난했다.

도청논란은 의회에 계류중인 ‘애국법(US Patriot Act)’개정안 통과에도 큰 영향을 미쳐 16일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끝내기 위한 표결에 일부 공화당 의원이 민주당에 가세, 법안의 상원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다. 애국법은 31일을 기해 시한이 만료되기 때문에 개정안이 무산된 것은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에도 큰 타격이다.

‘특별수집 프로그램(Special Collection Program)’으로 불린 도청은 과거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이었던 국가안보국(NSA)이 주도했다. NSA는 국내와 해외의 테러 연계를 밝혀낸다는 목적으로 국내에서 한번에 최대 500명에 대한 도청을 실시했다.

명단에 오른 도청 대상자들은 수시로 첨삭됐기 때문에 NSA가 도청한 전체 대상자는 수천명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해외에서는 5,000~7,000명이 모니터의 대상이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감시대상자 중 대부분은 범죄경력이 전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서의 도청은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이라는 비밀 특별법원의 영장이 필요한데도 법적통제가 전혀 미치지 않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심지어 NSA 내부에서 조차 위헌가능성이 제기돼 일부 요원들은 후에 사법처리될 것을 우려해 관여하기를 거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연방수사국(FBI)이 수행하던 국내 도청이 NSA에 의해 주도된 것을 놓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NSA는 해외에서의 통신감청이 주 임무이며 국내 도청은 미국인이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영장 발급 등 엄격한 법적 제한을 받도록 돼 있다. 대상도 워싱턴의 외국 대사관과 뉴욕 등 주요 도시의 외국 공관 및 사절단에 국한돼 있었다.

따라서 이번 NSA의 광범위한 국내 도청은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관행이 크게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익명의 한 고위관리는 “이는 엄청난 변화(sea change)”라며 “도청에 대한 헌법적 제한이 NSA로 인해 무너졌다”고 말했다.

■ 키워드/ 국가안보국(NSA)

국가안보국(NSA)은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 국가정찰국(NRO) 국가영상지도국(NIMA)고 함께 미국 5대 정보기관으로 불린다. 현역군인과 민간인 3만 8,000여명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첩보기관으로 규모면에서 CIA의 두배에 달한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절인 1952년 창설됐지만 실체가 알려지지 않아 "그런 기관은 없다(No Such Agency)" 또는 "아무 말도 묻지 마라(Not Say Anything)" 등으로 통했다.

임무는 통신감청을 통한 정보수집 및 암호해독. 외국정부와 외국의 외교관ㆍ통상교섭단ㆍ마약사범ㆍ테러리스트 등을 해외에서 감시한다. 메릴랜드 포트 미드의 NSA 본부에는 컴퓨터전문가와 감청 요원들이 전화 및 e_메일, 팩스 교신내용을 감청하고 있다. 120여 개 위성을 기반으로 한 통신감청망인 '에셜론(ECHELON)'이 NSA의 촉수역할을 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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