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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한류에 우리의 메시지를 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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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한류에 우리의 메시지를 싣자

입력
2005.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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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류를 직접 느껴본 것은 몇 년 전 중국과 몽골을 여행할 때였다. 중국 하이난 섬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종업원 아가씨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한국을 여행하고 김희선을 만나 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또 몽골의 장관 한 사람은 "몽골 젊은 여자들이 배용준에게 미쳐버렸다"며 고개를 가로 흔드는 것을 보았다.

한류(韓流)를 그저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이려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갈수록 강한 기세로 중국과 일본을 건너 동남아,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앙아시아나 이집트 사람들이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의 TV드라마를 보기 위해 서둘러 귀가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젊은이들은 한류를 글로벌 시대의 문화현상으로 자연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식민지배와 전쟁의 상처, 반공교육, 기아, 문맹의 고통을 안고 20세기 후반기를 살아온 기성세대에게 한류는 기적이다.

●아프리카까지 진출한 한류 바람

최근 한류의 위력을 실감 있게 얘기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구삼열 아리랑TV사장은 "해외네티즌을 대상으로 국내가수 인기투표를 실시했더니 3주동안에 무려 63만 4,500통의 응답이 쇄도했다"며 이를 한류의 힘으로 진단했다.

작년 조사 때보다 16배 늘었다고 한다. 또 1990년대 뉴욕문화원장과 주미 공사를 역임한 김준길씨는 "요새 외국 미디어에 쏟아지는 한국관련 기사를 보면서 10년 전 그렇게 노력해도 안되던 일들이 한류를 타고 쏟아지고 있다"고 후임자들을 부러워했다. 국가 예산을 쓰면서도 움직일 수 없었던 해외언론이 한류에 항복했음을 뜻한다.

한류는 문화적 자부심의 원천일 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원이 되었다. 이제 한류는 그 자체가 상품이기도 하고, 기업의 해외전략이나 국가홍보의 중요한 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20여년 전 ‘강대국의 흥망’이란 책을 써서 유명해진 예일대 역사학 교수 폴 케네디는 현대 국가의 국력을 세 가지 구성요소, 즉 군사력, 경제ㆍ기술력, 소프트파워로 나눠 설명한다.

군사력과 경제ㆍ기술력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케네디는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설명하면서 영어와 대중문화를 예시했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은 우리가 나날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상으로서 이를 문화의 힘이라는 말로 달리 설명해도 될 것이다.

한국의 드라마와 가수의 무엇이 아시아인들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것일까. 많은 분석이 나온다. 한국사회의 가치관과 한국인의 우수한 창조성의 결합이라는 평가가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딱히 한 가닥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한류가 우리의 소프트파워가 되었다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21세기 들어서며 현저하게 높아졌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부러움을 사게 된 것은 두 가지 힘, 경제력과 민주주의 발전 덕택이라고 본다. 아시아에 수많은 나라가 있지만 식민지배의 배경을 안고 우리처럼 경제적 도약과 민주주의를 앞서서 동시에 성취한 나라는 없다.

●국제사회에 기여할 방안 찾아야

우리나라는 압축성장과 압축 민주주의발전을 통해, 그리고 분단의 역사를 통해 갈등의 역동성을 응축시켜온 사회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키우게 마련이고, 다양성이야말로 창조력의 바탕이다.

주변국가를 한번도 침략한 적이 없는 나라, 오히려 피지배의 역사를 가진 나라이기에 뒤늦게 세계화의 급류에 탄 아시아와 중동의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즐거운 모델로서 관심대상이 되었지 않았을까. 한류는 문화의 흐름이다. 보내는 곳 못지않게 받아들이는 곳이 중요하다.

이런 결론에 이를 때, 한류의 힘을 단지 경제전략, 즉 돈벌이의 기회로만 활용하는 것은 아깝다. 한류에는 화물선이나 여객기가 실어 나르지 못하는 행복한 동경과 메시지가 있다. 한류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가 국제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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