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강원도로 가다가 메밀꽃의 고장 봉평을 지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메밀꽃이 없다. 얼마 후면 메밀꽃보다 더 많은 눈이 온 밭과 산에 쌓일 것이다. 그곳의 들녘을 지나다가 빙긋이 웃음이 나오는 옛일 하나가 떠올랐다.
몇 년 전 메밀꽃 축제 때의 일이다. 봉평에서 멀지 않은 강릉에 계시는 아버지 어머니를 축제에 모시고 갔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시니 어린 조카 아이도 따라 나섰다.
메밀꽃밭에 공연 무대가 차려졌는데, 사회를 코미디언 이상해씨가 보았다. 판소리를 하는 그의 부인 김영임씨도 함께 와서 무대 뒤에 대기하고 있고, 이씨가 다음 공연 순서는 김씨임을 알리며 이렇게 말했다.
“자, 여러분. 잠시 후면 우리 마누라가 나옵니다. 우리 마누라를 큰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 그러자 김영임씨와 함께 소리를 하고 장구를 치고 가야금 연주를 할 여성 국악인 네댓 명이 한꺼번에 우루루 무대로 나왔다. 그러자 할아버지 옆에 앉아 무대 위를 바라보던 조카가 경이의 눈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와, 할아버지. 저 사람은 마누라가 왜 저렇게 많아요?” 아이들은 자기가 보고 들은 대로 세상을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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